외국인들은 생김새만 보고도 놀라는데... 한국인들은 무조건 날것으로만 먹는 해산물

2025-02-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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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맛 그 자체일 정도로 강렬한 맛을 자랑하는 한국 해산물

멍게 / 뉴스1 자료사진
멍게 / 뉴스1 자료사진

바다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멍게는 독특한 생김새와 맛으로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해산물이다. 멍게는 전 세계에서도 먹는 나라가 몇 안 된다. 거대 플랑크톤처럼 생긴 기이한 생김새에 바다를 통째로 담아놓은 듯한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멍게에 대해 알아본다.

멍게 / 뉴스1 자료사진
멍게 / 뉴스1 자료사진

멍게는 척삭동물문 미삭동물아문(피낭동물아문)에 속하는 멍게과 동물이다. 독특한 생김새와 맛으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해산물이다. 멍게 표준어는 우렁쉥이였다. 경상도 방언인 멍게가 더 널리 쓰이면서 복수 표준어로 지정됐다. 현재는 멍게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우선적으로 표기된다. 멍게라는 이름은 미삭동물아문에 속하는 대부분의 종에 붙는 단어이기도 하다.

멍게의 생태적 특성은 매우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수심 20m 정도의 해저에 서식한다. 수명은 약 5~6년이다. 멍게는 성장 과정에서 변태를 겪는 특이한 생물이다. 올챙이 같은 형태로 헤엄치는 유생은 안점, 후각계, 뇌, 근육, 지느러미, 신경, 척삭 등 고등한 기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성체가 되면 척삭 등을 소화시키고 바닥에 뿌리내려 해수를 구멍으로 받아 플랑크톤만 걸러 먹고 배출하는 생활을 한다. 뇌의 일부분만 남기고 소화시키는 습성은 친척인 미더덕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해삼, 말미잘과 더불어 부족한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멍게로선 억울할 수 있다. 멍게는 뇌가 없어지지 않지만, 해삼과 말미잘은 진짜로 뇌가 없기 때문이다. 피부가 안 좋은 사람을 멍게라고 부르기도 한다.

멍게 / 뉴스1 자료사진
멍게 / 뉴스1 자료사진

멍게는 셀룰로스를 체내에서 생산하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이 유전자는 식물로부터 수평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멍게는 생물의 통념을 깨부수는 여러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어 생물학에서 중요한 연구 재료로 여겨진다. 여러 동물의 신체 기관이 진화해 발생한 시발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다른 동물의 약 절반 정도 길이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단순하고 양식하기 쉬워 연구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멍게는 게놈 지도가 작성된 7번째 생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멍게는 생물학적으로 연구 가치가 높다. 여러 동물의 신체 기관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멍게의 맛은 독특하고 강렬하다. 멍게는 전복회, 생굴 따위가 근접하지 못할 정도로 해산물 중에서도 독보적인 바다 향을 낸다. 손질 후 주황색의 속살을 초장에 찍어 먹는데, 이때 입안에서는 바다의 향기가 퍼지면서 짭짜름한 맛과 은은한 단맛이 느껴진다. 다만 비린내가 강해 처음 먹는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비린내 때문에 바로 토할 수도 있다. 비누 맛, 세제 맛이 난다는 사람도 있다. 향이 무척 강해 먹은 뒤에도 속에서 올라오는 멍게 향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이런 멍게의 맛을 '바다 맛'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바다의 풍미를 농축한 듯한 맛이기에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멍게를 먹는 사람들은 이 바다 맛에 환장한다. 식감도 특이하다. 겉은 흐물흐물하고 속은 쫄깃하다. 묘한 식감을 자랑한다.

멍게 회 / 연합뉴스
멍게 회 / 연합뉴스

한국에서 멍게는 주로 초장에 찍어 생으로 먹는다. 다만 멍게비빔밥이나 멍게젓갈로도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멍게비빔밥은 바닷가 지역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염장된 멍게젓을 사용해 비벼 먹는다. 간이 세기 때문에 추가 소스 없이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일본에서는 멍게가 주로 도호쿠 지방에서 소비된다. 최근에는 도쿄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인들은 멍게를 초절임하거나 딸기와 함께 먹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인지도가 낮은 식재료로 여겨지고 있다. 미식의 본고장인 간사이 지역에서도 멍게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다. 해산물 음식이 발달한 일본에서도 멍게는 어느 정도 도전적인 요소가 있는 식재료다.

멍게 / 픽사베이
멍게 / 픽사베이

프랑스와 그리스에서도 멍게가 소비되지만, 이들 나라의 식문화에서도 멍게는 다소 모험적인 선택으로 간주된다. 프랑스에선 일반적으로 익혀서 요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도 식재료로 사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처럼 멍게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소비량이 많지 않다.

멍게는 분홍멍게를 제외하면 대부분 식용이 가능하다. 우리가 식용으로 많이 접하는 멍게는 보라판멍게(꽃멍게)와 끈멍게, 붉은멍게, 그리고 일반적인 멍게다.

멍게 손질법은 간단하다. 멍게의 뿔 부분을 칼로 잘라내고 밑동 부분도 칼로 잘라낸 뒤 배를 칼이나 가위로 가른다. 주황색 속살을 떼어내듯 꺼내 갈라 펼친다. 그 안에 있는 검은 덩어리를 떼어낸 다음 출수공과 이어져 있던 부분에 들어있는 뻘 등의 배설물을 제거하고 남은 살 부분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뿔 부분에도 약간의 살이 남아 있으므로 버리지 않고 살살 씹거나 빨아 먹을 수 있다. 이따금 멍게를 갈라 보면 작은 알이 잔뜩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시망둑의 알이다.

주황빛 살을 초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입안에 바다 향기가 퍼지면서 짭짤한 맛이 난다. 뒷맛은 은은한 단맛이다. 쓴맛도 난다. 같은 쓴맛이 나는 해삼보다도 심하다. 이 쓴맛이 소주랑 궁합이 좋다.

멍게는 익혀 먹어도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신기할 정도로 날것으로 먹는 문화만 정착돼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통영시 앞바다에서 국내 생산량의 70% 이상이 생산된다.

멍게는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 단백질을 함유해 건강에 여러모로 이롭다.

멍게엔 단백질이 풍부하다. 단백질은 신체의 근육 형성과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멍게를 섭취함으로써 체내 단백질 요구량을 충족할 수 있다. 특히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근육 회복과 성장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멍게엔 비타민도 다량 포함돼 있다. 비타민 A는 시력 보호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며, 비타민 B 복합체는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비타민이 신체의 여러 기능을 지원한다. 특히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다.

멍게는 아연, 철분, 칼슘 등 여러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다. 아연은 면역력 강화와 상처 치유에, 철분은 혈액 생성에, 칼슘은 뼈와 치아 건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멍게가 혈액에서 주변 바닷물보다 1000만 배 높은 농도의 바나듐을 축적한다는 것이다. 바나듐은 인슐린의 작용을 도와 당뇨병 환자의 회복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과도하게 섭취하면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멍게엔 오메가-3 지방산도 포함돼 심혈관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 오메가-3 지방산은 염증을 줄이고 뇌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전반적인 건강 유지에 기여한다.

멍게는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식품이다. 낮은 칼로리로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 시에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항산화 성분을 포함해 세포 손상을 줄이고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멍게는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해 건강에 많은 이점을 제공하는 해산물이다. 독특한 맛과 향을 즐기면서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할 수 있기에 건강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할 만한 식재료다.

멍게 / 연합뉴스
멍게 / 연합뉴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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