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눈을 의심…580만 레전드 '한국 영화', 25년 만에 톱스타 된 주연배우 총출동
2025-02-0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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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선 절 살려준 작품”
영화 개봉 25년 만에 성사된 주역들의 첫 공식 만남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주역들이 25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흥행 실패로 절박했던 감독과 배우들이 만나 탄생시킨 이 작품은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박찬욱관에서는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공동경비구역 JSA' GV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와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이 참석했다. 주연배우들 중 막내인 신하균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30대 후반이었던 박 감독은 어느덧 60대가 됐고, 당시 20~30대였던 배우들은 모두 50대가 됐다.
CJ ENM은 2020년부터 방송, 영화, 음악, 예능 등 한국 대중문화 전 분야에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토대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대체 불가의 인물들을 '비저너리(Visionary)'로 선정해왔다. 올해는 30주년을 맞아 한국 영화사를 바꿔놓은 영화 20편을 선정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으로 '공동경비구역 JSA'가 선정됐다. 이 작품이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연 작품인 것은 물론, 작품성과 흥행 모두에서 인정받은 최초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외에도 '설국열차', '베테랑', '기생충', '극한직업' 등이 비저너리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행사는 영화 개봉 이후 25년 만에 성사된 주역들의 첫 공식 만남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하나의 개인이자 창작자로서 상을 받는 것도 영광스럽지만, 작품으로 상을 받게 돼 배우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오늘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와계시는데, 이렇게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신 CJ ENM에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주연 배우 송강호는 "시나리오가 촘촘하게 잘 짜여있었고, 그 시절 볼 수 없었던 시나리오였다"며 "속으로 '한국 영화가 이런 걸 구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의심했다. 또 감독님의 (전작) 두 영화가 흥행이 잘 안 됐기 때문에 '공동경비구역 JSA'는 믿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첫 미팅에서 "바바리코트를 입고 모퉁이를 돌아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지울 수 없는 품격과 기품에 압도됐다"며 "그 순간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확 왔다"고 회상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이병헌에게도 특별한 작품이었다. 그는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무려 40번이나 극장을 찾아 관람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병헌은 "흥행의 맛을 처음 알아서, 처음 느껴봐서 극장을 몰래 찾아다니면서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즐겼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또 "25년 전 영화라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이겠지만 지금의 연기가 더 농익었다고 해도 내가 20대 때의 그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다"며 "그때 내가 모자라더라도 적합했겠지라고 위로하면서 무안함을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선 절 살려준 작품"이라며 "앞서 개봉한 두 편의 영화를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에 세 번째 작품마저 잘 안되면 유작이 되는 거였다. 프로덕션의 전폭적인 지지와 좋은 배우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겐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약 3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공동경비구역 JSA'는 전국 5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더불어 웰메이드 영화의 원조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2013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지난 20년간 세계 영화를 대표하는 한국 영화 2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영화의 홍일점인 이영애는 "오늘 현장에 오기 전부터 떨렸다. 영화를 찍을 때도 여자 배우는 저 하나였고, 다 남자 배우들이어서 외로운 감이 있었다"며 "막상 배우들과 모여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까 '아, 모임에 자주 올걸'하고 후회가 되더라"고 말했다. 김태우는 "우연찮게 시나리오를 먼저 보게 됐다"며 "'공동경비구역 JSA'는 저에게 천운 같은 작품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마지막으로 "외국에 나가서 이 영화에 관한 질문 중에 꼭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 진짜 판문점에서 찍은 거냐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한다. '판문점에서 이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면, 이 영화가 필요하지도 않았을 거다'라고"라며 "나온 지 25년이 지난 이 영화가 요즘 젊은 관객에게도 똑같은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건 슬픈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50주년 땐 이 작품을 옛날 얘기하듯이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남북 관계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