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항공 사고에 불안 증폭…'비행기 포비아' 확산

2025-02-05 12:04

add remove print link

한 달 새 국내외서 비행기 사고 잇따라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 규정 강화 필요

국내외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면서 여행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승객들은 예매한 항공권을 취소하는 등 '항공기 포비아'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의 대응과 정부의 안전 대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7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눈이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7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눈이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참사는 179명의 사망자를 내며 큰 충격을 줬다. 불과 한 달 만인 지난달 28일에는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발생했다. 이어 2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근교에서 국내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해 탑승객 64명이 전원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31일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도심에서 소형 항공기가 주택가로 추락해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3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에서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에 앞서 위험관리평가를 위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BEA는 위험관리평가를 실시한 뒤 합동 감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뉴스1
3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에서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에 앞서 위험관리평가를 위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BEA는 위험관리평가를 실시한 뒤 합동 감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뉴스1

계속되는 항공기 사고 소식에 여행객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최근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패키지 여행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연이은 항공기 사고는 저비용 항공사 이용률 감소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사고 전후 26일간 국내 주요 저가 항공사의 여객 운송 실적은 감소했다. 제주항공은 29.3%, 진에어는 10.4%, 티웨이항공은 5.6% 줄어든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2%가량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만 무안공항 참사 때와 달리 이번 에어부산 사고로 대규모 저가항공사 예약 취소와 변경 건은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아시아 항공기 / 에어아시아 제공
에어아시아 항공기 / 에어아시아 제공

에어아시아 관계자는 위키트리에 "연휴 주에 세일즈가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이는 연휴 기간에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트렌드라, 당장 이번 사고로 인해 가시적으로 취소율이 높게 잡히는 추세는 일단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행사에 블록으로 판매한 패키지 상품도 포함해 전반적으로 큰 영향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의 원인으로 보조 배터리가 지목되면서, 정부와 항공업계는 리튬 배터리의 기내 반입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보조 배터리를 기내에 반입할 때 비닐팩에 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항공업계도 보조 배터리를 선반에 보관하지 말고 직접 소지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선반에 보관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초기 대응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부산 ‘NO BATTERY INSIDE’ 스티커 및 택 이미지. / 에어부산
에어부산 ‘NO BATTERY INSIDE’ 스티커 및 택 이미지. / 에어부산

에어부산은 오는 7일부터 보조 배터리 소지 여부를 탑승구에서 확인하고, 확인된 수하물만 선반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예약, 발권, 탑승수속 단계에서 보조 배터리를 기내 선반에 탑재하지 않는다는 동의를 받고, 출발 전 안내 문자도 발송할 예정이다.

기내 안내 방송도 기존 2회에서 3회로 확대한다. 에어부산은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으로 기내 안내 방송문을 보완해 지난달 31일부터 변경 적용하고 있다.

객실승무원 훈련도 대폭 강화한다. 에어부산은 교육용 화재진압 시범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전 승무원을 대상으로 즉시 교육을 실시하고 화재 단계를 고려한 상황별 모의 훈련도 함께 진행한다. 사옥 내 화재진압 훈련시설도 개선할 계획이다. 연무기 설치 등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승무원이 훈련하기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지역 소방본부 등 전문기관 교육 이수를 통해 전문성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배터리 화재 발생 시 열폭주 및 폭발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비(리튬 배터리 화재 방지 파우치)도 기내 구비한다. 승무원의 즉각적인 화재진압을 돕기 위해 방화 장갑도 기내 추가 구비한다.

정병섭 에어부산 대표는 “기내 화재에 대한 손님들의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한 여행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강화 정책을 수립했다”며 “사내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고취와 역량 강화를 비롯해 항공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조 배터리를 안전하게 들고 타려면 비닐 등으로 단자를 감싸 직접 휴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모든 예비 리튬 배터리를 가방에서 꺼내 승객이 직접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화재 예방을 위해 배터리 단자를 테이프로 덮거나 비닐 봉지 또는 보호 파우치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터키항공, 싱가포르항공, 대만 에바항공 등도 배터리를 원래의 포장에 넣거나 비닐에 넣도록 규정하고 있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