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 '코리안트러플'…한국인이 전 세계 열광한 트러플 오일에 심드렁한 이유

2025-02-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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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화사가 2020년 방송서 짜장라면에 트러플 오일 넣으며 유행 확산
한국 전통 음식에 빠지지 않는 만능 조미료, 참기름의 기원과 효능

전 세계를 사로잡은 트러플 오일 열풍에도 다소 심드렁한 반응에 그친 예외적인 나라가 있다. 해외에서는 트러플 오일이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며 요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반면 한국에서는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 이유가 뭘까.

트러플 오일 자료 사진 / UliAb-Shutterstock.com
트러플 오일 자료 사진 / UliAb-Shutterstock.com

트러플 오일이 전 세계를 매료한 뒤 한국에도 2018년 뒤늦게 트러플 열풍이 불었다. 세계 3대 진미에 드는 고급 식재료인 트러플을 올리브유에 넣어 향을 낸 트러플 오일은 고급 음식뿐만 아니라 짜장라면 등 다양한 서민 음식까지 들어가며 활용 영역을 넓혀갔다.

특히 2020년 2월 그룹 '마마무' 멤버이자 가수인 화사가 짜장라면에 트러플 오일을 넣어 먹는 모습이 방송되며 전국적으로 모든 음식에 트러플 오일을 넣는 유행이 퍼졌다.

트러플은 인공 재배가 어려워 우리나라의 산삼처럼 자연에서 난 것만 채취할 수 있는데 훈련된 개나 돼지의 후각을 이용해야만 수확할 수 있다. 또 땅 밑 30cm 이상에서 적당한 크기로 자라기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 로마제국 시대부터 손꼽히는 고급 식재료로 꼽힌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트러플은 주로 프랑스나 이탈리아산이 많다. 보통 프랑스의 블랙 트러플과 이탈리아의 화이트 트러플을 최고로 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트러플 오일에 열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어마어마한 원재료 트러플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오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오일은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는 데다가 트러플 오일을 몇 방울만 음식에 첨가해도 트러플의 향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이런 점 덕분에 많은 이들이 한때 가정식이나 라면 등에 트러플 오일을 넣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 음식을 즐기기도 했다.

대형 마트에 진열된 참기름들 / 뉴스1
대형 마트에 진열된 참기름들 / 뉴스1

◆ 한국에서는 유독 영향력이 미미한 이유

유행은 지났지만 아직도 전 세계 각지에서는 트러플 오일을 즐겨 쓰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유독 트러플 오일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코리안트러플'이라고 불리는 참기름 덕분이다.

트러플 오일이 아무리 고급스럽다고 한들 국내에서 참기름의 명성을 따라가진 못한다. 대부분의 한국 음식에 들어가는 데다가 트러플 오일의 이국적인 향보다 참기름의 고소한 향에 익숙한 한국인들의 입맛도 트러플 오일이 국내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에 한몫한다. 무엇보다 아무리 평범한 음식이라도 참기름이 들어가면 맛이 확 살아날 정도로 만능템이라는 점도 대체 불가한 매력이다.

참기름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한국 전통 음식 떡국 / sungsu han-shutterstock.com
참기름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한국 전통 음식 떡국 / sungsu han-shutterstock.com

◆ 참기름의 기원

참기름이 잡채와 갈비찜, 떡국 등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 음식에 흔하게 들어가 당연히 그 기원이 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참기름의 원료인 참깨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참깨의 기원은 인도나 중앙아프리카의 사바나가 원산지라는 것이 역사가들의 주장이다. 아프리카에서 야생으로 자라던 참깨를 원주민이 재배하기 시작했으며 저장성과 맛이 좋아 이집트와 중국에까지 퍼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참깨를 즐겨 먹기 시작한 건 삼국시대쯤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참기름의 사용이 더욱 잦아졌는데 '조선왕조영조실록'에 따르면 '영조가 참기름을 먹고 나면 조선 팔도에 참기름이 남지 않았다'라는 기록도 있다.

◆ 참기름과 커피는 닮았다

참기름에 관한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은 포도나 커피처럼 참기름 역시 원산지와 생산자의 착유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깨로 착유한 참기름은 짭조름한 맛이 나며 안동 깨로 짠 참기름은 내륙 바람의 영향으로 부드러운 맛을 내 나물이나 국수와 잘 어울린다.

이런 점 덕분에 참기름도 커피처럼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온 압착 방식의 참기름이 좋은 품질의 참기름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이는 사실 마케팅 때문에 생긴 고정관념이다. 가장 좋은 건 참깨 상태에 따라 그에 맞는 고유의 온도를 찾아 각각에 알맞게 깨를 볶고 착유한 참기름이다. 저온 로스팅으로 만든 참기름은 기존 참기름보다 향이 은은하고 맛이 깔끔해 드레싱이나 소스로 사용하기 좋다.

참기름으로 만들기 좋은 생나물 무침 / Hyejin Kang-shutterstock.com
참기름으로 만들기 좋은 생나물 무침 / Hyejin Kang-shutterstock.com

◆ 참기름의 효능과 사용 방법, 유통기한

그렇다면 참기름의 효능과 사용 방법은 어떨까. 국제학술지 영양과 기능(Food & Function)에 따르면 참기름 섭취는 심장질환이나 특정 암, 간 질환 등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참기름은 오메가-6 계열인 리놀레산 40%, 오메가-9 계열인 올레산 40% 포함하는 등 다량의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혈액 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생성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참기름에는 '리그난'이라는 노화 억제에 좋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최근 요리법에서 많이 등장하는 올리브유보다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도 더 높다. 참기름에 들어 있는 올레산은 올리브유에도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식단에서 식이 지방을 1개월간 참기름이나 올리브유로 대체한 연구 결과, 혈중 중성 지방과 LDL 콜레스테롤 저하 부분에서 참기름의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참기름은 풀의 독성을 중화하는 성질이 있어 시금치 등 생채소를 이용한 나물무침에 쓰기 좋다. 참기름의 사용법과 많이 헷갈리는 들기름은 묵은 야채의 해로운 물질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막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말린 취나물이나 시래기 등 묵은 야채를 이용한 나물무침에 쓰기 좋다.

다만 참기름은 모두 열을 가하지 않거나 낮은 온도의 조리에 사용하는 게 낫다. 이는 들기름도 마찬가지다. 참기름은 발연점이 170도로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참기름에 열을 가할 경우 쉽게 산패되므로 열을 가하지 않는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참기름은 일반 식물성 유지보다 저장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기름의 산패를 막는 리그난, 감마토코페롤 같은 항산화 물질 덕분이다. 참기름의 유통기한은 24개월이며 개봉 후에는 18~22도의 환경에서 유지하며 3개월 안에 소진하는 게 좋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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