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배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2025-02-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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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학생 부모 “왜 피해자가 생활 터전을 떠나야 하느냐” 울분

등교 중인 중학생들. / 뉴스1 자료사진
등교 중인 중학생들. / 뉴스1 자료사진
교육당국이 학교폭력 피해 초등학생을 가해 학생과 같은 중학교에 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충남 모 군청 소재지의 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가해자와 동일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피해자 측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피해 학생 A(12) 군의 어머니 박 모(47) 씨는 "그림자도 밟게 하지 않겠다더니 가해 학생이 같은 중학교에 배정됐다"라면서 "아들이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같은 학교 배정이라니…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당시 참았던 제가… 모질지 못해서 이런 벌을 받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해 3월 11일 A 군은 초등학교 6학년 신학기 첫날 같은 반 학생 B 군으로부터 엎어치기 공격을 당했다. 이 사고로 A 군은 오른쪽 어깨 골절과 성장판 손상 진단을 받았다. 20㎜ 철심 삽입 수술, 전치 6주 치료를 진행했다. 이후 2, 3년간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 판정을 받았다.

학폭위는 B 군에게 학급 분리(7호 조치) 처분을 내렸다. 당시 B 군 측 학부모는 "곁에 두지 않겠다"며 자발적 전학을 약속했고, 박 씨는 이를 믿고 행정 소송을 포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B 군 학부모가 A 군과 같은 중학교 진학을 통보하면서 사태가 재점화됐다.

교육당국은 "현행법상 8호(전학) 조치 이상을 받은 경우에만 피해자와 분리 배정이 가능하다"며 "7호 조치 가해자에겐 강제 전학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피해 학생 전학은 학교장 재량으로 가능하나, 가해 학생 배정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A 군은 현재 오른팔을 움켜쥔 채 잠들거나 구토 증세로 등교조차 못하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박 씨는 "20곳이 넘는 병원을 전전했지만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왜 피해자가 생활 터전을 떠나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읍면 지역은 학교 선택지가 제한돼 학폭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가해자와 마주할 위험이 크다"며 "교육당국이 학폭위 제도 허점을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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