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한국식 이름이어서 한국 과일인 줄 알았는데... 대반전 과일

2025-02-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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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불법 유입돼 나주에서 처음 키웠다는 한국 과일

미국의 한라봉 과수원. 미국에선 ‘스모 시트러스’라고 부른다. 꼭지 부분이 스모 선수의 전통 머리장식인 오이초마게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 / 스모 시스러스 홈페이지
미국의 한라봉 과수원. 미국에선 ‘스모 시트러스’라고 부른다. 꼭지 부분이 스모 선수의 전통 머리장식인 오이초마게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 / 스모 시스러스 홈페이지

겨울은 귤의 계절이다. 한국인들은 귤을 사랑한다. 지금이야 딸기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수십 년 동안 겨울철 가장 많이 팔리는 과일이었다. 여러 귤 중에서도 한라봉은 고급 귤로 통한다. 제철을 맞은 한라봉에 대해 알아봤다.

한라봉 / 뉴스1
한라봉 / 뉴스1
한라봉을 한국 품종으로 오해하는 한국인이 많지만 사실 일본에서 탄생했다. 1972년 일본 농림수산성이 청견(천혜향 계열)과 병감 ‘나카노 3호’를 교배해 개발했으며, 원래 이름은 시라누이(不知火)다. 이 이름은 일본 구마모토현 근해의 ‘도깨비불’ 전설에서 유래했다. 일본 내에서는 꼭지가 튀어나온 모양을 강조해 ‘데코폰(デコポン)’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된다. 한국에는 1987년 불법 유입된 뒤 전남 나주에서 처음 재배됐고, 1990년대 제주도로 건너가 ‘한라봉’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딩되며 대중화됐다. 2015년 제주 한라봉은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될 정도로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재배된다. 캘리포니아에선 꼭지 부분이 스모 선수의 상투를 닮았다는 이유로 ‘스모 시트러스(Sumo citrus)’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한라봉은 일반 귤보다 크기가 2, 3배 크며 껍질이 두껍고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껍질을 벗기면 진한 시트러스 향이 퍼진다. 과육은 오렌지보다 단단하고 씹는 맛이 좋다. 당도는 13~15브릭스로 높은 편이지만 산도가 1% 내외로 낮아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균형을 이룬다.

작은 한라봉은 새콤달콤하고 큰 한라봉은 벌꿀을 바른 듯한 풍미를 자랑한다.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다. 100g당 비타민 C가 45mg(일일 권장량의 50%)이 들어있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 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 또한 구연산이 피로 회복을 촉진하고, 칼륨이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껍질은 디-리모넨 성분을 포함해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향상에 좋다고 알려졌다.

한라봉은 원래 2월 중순에 수확하는 겨울 과일이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재배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남 고흥·나주·진도, 경남 거제, 충북 제천, 경북 경주 등에서 생산된다. 제주산은 크기와 당도에서 여전히 최상급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 3월에 수확한 뒤 저온 숙성시켜 당도를 18브릭스까지 끌어올린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인다.

강원 고령군에서도 한라봉은 재배된다. / 뉴스1
강원 고령군에서도 한라봉은 재배된다. / 뉴스1

재배는 까다롭다. 한라봉 나무는 병충해에 약한 데다 과실이 무거워 가지가 꺾이지 않도록 하나씩 끈으로 매달아야 한다. 수확 후에는 15~30일간 저온 숙성시켜 신맛을 줄인다. 하우스에서 재배할 경우 한라봉 하나당 생산비는 평균 1500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선물용 4kg 한 박스가 5만 원대에 팔리는 이유다.

한라봉은 생과일로 먹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과육을 짜면 진한 과즙이 나오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상큼함이 살아있는 스무디나 에이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껍질을 말려 우려낸 차는 감기 예방에 좋으며, 과육을 설탕과 졸인 청은 요거트나 팬케이크 토핑으로 사용된다.

케이크나 마카롱 속 크림에 한라봉 과육을 넣으면 상큼함이 살아난다. 제주도 현지에서는 한라봉을 넣은 마음샌드(쿠키 샌드위치)를 공항에서 판매한다. 파리바게트에서는 한라봉 콩포트를 채운 빵을 한정 출시하기도 했다. 새우·연어와 함께 샐러드에 넣거나, 굴소스와 볶아 탕수육 소스로 활용하면 단맛과 산미가 조화를 이룬다. 껍질 추출물을 넣은 핸드크림이나 디퓨저도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 도입된 뒤 캘리포니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스모 시트러스’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꼭지 부분이 스모 선수의 전통 머리장식인 오이초마게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 오렌지보다 훨씬 비싸다. 당도가 높고 육질이 쫄깃해 인기를 끈다. 미국 농부들은 “수확 시기가 짧고 재배가 어려워 귀한 과일”이라며 프리미엄으로 취급한다.

한라봉이 비싼 이유에 대해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본이 품종 보호권을 한국에 출원하지 않아 로열티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라봉이 비싼 이유는 재배 비용 때문이다. 제주 한라봉 농가의 순수익은 10kg당 1만~2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의 대부분은 유통 마진과 물류비가 차지한다.

한라봉을 고를 때는 껍질이 단단하고 묵직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꼭지가 푸른 것은 신선함의 지표다. 보관할 때는 실온에서 1주일, 냉장고에서는 2주일까지 보관 가능하다. 습기에 약하므로 신문지에 싸는 것이 좋다. 껍질이 약간 찌그러져도 과육은 멀쩡한 경우가 많아 즉시 섭취하거나 주스로 활용하면 된다.

포항 한라봉. / 뉴스1 자료사진
포항 한라봉. / 뉴스1 자료사진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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