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영화 성적, 권상우·송혜교·도경수도 막지 못한 아쉬움

2025-02-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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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트렌드에 맞추지 못하면 외면당할 것”

(※ 영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타 배우들도, 기대작들도 있었지만, 극장가 명절 대목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올해 설 연휴(1월 25~30일)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320만 명에 그쳤다. 지난해(219만 명)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극장가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왼쪽부터) 영화 '히트맨 2',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 바이포엠 스튜디오, NEW, 쏠레어파트너스 제공
(왼쪽부터) 영화 '히트맨 2',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 바이포엠 스튜디오, NEW, 쏠레어파트너스 제공

올해 설 극장가를 이끈 영화는 코미디 액션 영화 ‘히트맨2’였다. ‘히트맨2’는 연휴 기간 126만 명을 동원하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일까지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는 200만 명을 기록해 손익분기점 (230만)에 사실상 도달할 가능성이 높지만 전작 ‘히트맨’(2020)의 설 연휴 기록(240만 명)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관객들의 반응도 미묘하다. 골든에그지수(관객 평점)가 82%로, 전작(90%)보다는 낮다.

'히트맨 2' 스틸컷 /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히트맨 2' 스틸컷 /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특히 액션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례로 마지막 격투씬은 관객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할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존 윅’의 연필 격투씬을 그대로 차용해 신선함이 부족했다.

유명 e스포츠 캐스터이자 유튜버인 단군(김의중)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히트맨2’를 혹평했다. 그는 “1편보다 재미가 없고, 코미디가 시대착오적이었다”라며 “영화관에서 한 번도 웃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주연 배우 권상우가 직접 댓글로 "봅시다. 마지막 스코어까지 ㅎ"라는 글을 남기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단군은 후속 영상을 통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공인인 배우의 개입이 솔직한 영화 평론을 위축하는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은 수녀들' 스틸컷. 주연 송혜교. / NEW 제공
'검은 수녀들' 스틸컷. 주연 송혜교. / NEW 제공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검은 수녀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송혜교의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검은 사제들’(2015)의 스핀오프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연휴 기간 관객 수는 100만 명으로 2위에 그쳤다. 3일까지 누적 관객은 147만 명이다. 손익분기점(160만 명)에는 도달할 가능성이 크지만 흥행 신드롬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관객 평점은 6점대, 네티즌 평점이 5점대(네이버 기준)에 머물며 입소문 효과를 얻지 못했다.

‘검은 수녀들이 부진한 이유가 뭘까. 완성도가 부족했단 지적이 많다. 전작 ‘검은 사제들’이 주연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의 연기와 스토리로 호평받았던 것과 달리 캐릭터 활용이 애매했단 지적을 받는다.

송혜교와 전여빈 중 누가 주인공인지 모호한 전개, 설득력이 떨어지는 악령 설정, 단조로운 구마의식 장면 등이 지적됐다. 오컬트 장르에서 중요한 몰입감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검은 사제들’의 명장면을 성급하게 재현하는 데 그쳤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영화사 집의 요청으로 차단된 '검은 수녀들' 나무위키 문서 / 나무위키 캡쳐
영화사 집의 요청으로 차단된 '검은 수녀들' 나무위키 문서 / 나무위키 캡쳐

게다가 영화 측이 나무위키 문서 열람을 차단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공식적으로는 ‘스포일러 방지’ 목적이라 했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효과적인 조치였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논란이 커지자 열람을 다시 허용했다.

이 부분 관련해 '검은 수녀들' 측은 위키트리에 "개봉을 하기 전인 지난달 21일, 완전한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나무위키에 지속적으로 게시가 되어 이를 방지하고자 부득이하게 스포일러에 대한 게시 차단을 요청했다"라며 "그에 대한 조치가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지금 적용이 되었다. 그걸 인지한 즉시 다시 해제 요청을 한 상태다"고 해명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 쏠레어파트너스 제공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 쏠레어파트너스 제공

설 연휴 흥행 3위는 멜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원작 대만 영화(2007)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도경수와 원진아를 앞세웠지만 19만 명(누적 37만 명) 동원에 그쳤다. 골든에그지수 93%로 반응은 좋았으나, 손익분기점(80만 명)을 넘길지 불투명하다. 특히 원작의 명장면이었던 ‘피아노 배틀’이 긴장감 없이 평범하게 연출돼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영상미는 호평받았지만, OST 선곡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이번 설 극장가에서 눈에 띈 건 배급사들의 치열한 개봉일 경쟁이다. ‘히트맨2’는 전통적인 개봉일인 수요일(22일)을 지켰지만, ‘검은 수녀들’은 금요일(24일),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월요일(27일) 개봉을 택했다. 요즘처럼 관객 동원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개봉 첫날 관객 수가 영화의 흥행을 결정짓는 만큼, 배급사들은 최적의 개봉일을 찾기 위해 전략을 바꿔가고 있다. 실제로 ‘검은 수녀들’은 금요일 개봉 후 토·일요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하얼빈’(2024)도 개봉일을 크리스마스이브(24일)로 앞당기며 효과를 봤다.

그러나 개봉일 조정만으로는 극장가 침체를 해결하기 어렵다. OTT 콘텐츠의 경쟁력, 영화 자체의 흥행력 부족이 맞물리면서 예전처럼 설 극장가가 특수를 누리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OTT가 영화 시장을 완전히 대체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OTT의 영향이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향후 영화관의 소비 형태에 대해 "OTT가 매우 편리한 영화 감상 방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제 영화관은 OTT로 충족되지 않는 특별한 경우에 방문하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설날의 경우 주지훈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 대중의 이목을 끌면서 영화관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긴 연휴 동안 3편의 한국 상업 영화가 각기 다른 날짜에 개봉한 전략은 좋았다고 본다. 하지만 영화가 동시대 대중들의 트렌드에 맞지 않으면 외면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라고 촌평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히트맨 2’의 흥행 성공 사례로 명절 시즌을 노려 다른 영화 제작사들이 코미디 영화를 적극적으로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작년부터 ‘핸섬가이즈’를 비롯한 코미디 영화들이 대박은 아니더라도 큰 손실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을 냈다”라며 “이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코미디 장르가 액션, 블록버스터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든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히트맨 2’의 성공이 명절 시즌 코미디 영화 제작을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 작년부터 ‘핸섬가이즈’를 비롯한 코미디 영화들이 큰 손실 없이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다"라며 "이는 영화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작비가 비교적 적게 드는 장르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 “대중들이 원하는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 아무리 예산이 적게 들고 기획성이 뛰어나더라도 흥행이 담보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변화하는 관객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영화 산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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