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시대에도 먹었다… 조선시대때는 종류만 200개 넘었다는 '국민 음식'

2025-02-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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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절·의례·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 '국민 음식'
손자병법 군쟁(軍爭)에서 설명한 전략과 연결

떡은 한국 명절과 의례, 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 '국민 음식'이다. 서양에서는 떡이라는 개념이 한국처럼 명확하지 않다. 주로 오븐을 이용한 제빵이 발달했고, 설탕과 버터를 활용해 무겁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반면 한국 떡은 쌀과 천연 재료를 사용해 소화가 잘되고, 열량이 낮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의 한 떡방앗간에서 상인들이 가래떡을 만들고 있다. / 뉴스1
광주 동구 대인시장의 한 떡방앗간에서 상인들이 가래떡을 만들고 있다. / 뉴스1

떡의 조리 과정을 살펴보면, 손자병법 군쟁(軍爭)에서 설명한 전략과 연결된다. 손자는 전쟁에서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타이밍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떡을 만들 때도 시간과 열 조절이 중요한데, 시루떡의 경우 찌는 시간이 짧거나 길면 조직이 무너질 수 있다. 찹쌀떡(인절미) 역시 찹쌀을 찌고, 치대는 타이밍이 질감을 결정한다.

또한 손자는 적을 혼란스럽게 하고, 기만을 통해 승리를 거두라고 했다. 한국 떡의 종류와 조리법 역시 지역적, 계절적 환경에 따라 최적화돼 있다. 송편은 쌀가루 반죽 안에 깨, 팥, 밤 등 다양한 속을 넣어 만든다. 지역과 기호에 따라 속 재료가 달라지는데, 이는 손자가 설명한 유연하고 창의적인 전략과 맞닿아 있다.

무지개떡은 단순해 보이지만 층층이 색을 쌓는 과정에서 기술과 예술적 감각이 필요하다. 이는 손자가 말한 ‘겉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속은 복잡한 전략’과 유사하다.

무지개떡 자료 사진. / becky's-shutterstock.com
무지개떡 자료 사진. / becky's-shutterstock.com

백설기에는 팥, 깨, 대추, 견과류 등 여러 재료를 넣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배합이 아니라 약이 되는 조합을 고려한 부분이다. 이처럼 떡의 조리 원칙과 손자의 병법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점이 흥미롭다.

손자는 빠른 결단도 강조했다. 이는 군쟁에서 필요한 대처 능력이다. 떡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송편 반죽이 너무 질거나 되면 즉시 재료 비율을 조정해야 모양과 맛을 살릴 수 있다.

한국의 떡 문화는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진 초도패총에서 출토된 시루가 그 증거다. 양쪽에 손잡이가 달리고, 바닥에 여러 구멍이 뚫린 형태다. 삼국시대에도 시루가 사용됐다는 증거가 여러 고분에서 발견됐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제사를 지낼 때 떡과 술을 준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같은 시기 발해에서도 시루떡을 먹었다는 내용이 '발해국지장편'에 등장한다. 이처럼 떡은 의례와 문화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녀왔다.

조선시대에는 떡이 더욱 발전했다. '규합총서'에 등장하는 '석탄병'이 대표적이다. 감설기 떡으로, 멥쌀가루에 감가루, 설탕, 밤, 대추, 잣, 꿀, 녹두, 감, 계피, 귤을 넣어 만든 시루떡이다. '차마 삼키기 아까워서 석탄병이라 부른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정성이 깃든 음식이었다.

시루떡 자료 사진. / sungsu han-shutterstock.com
시루떡 자료 사진. / sungsu han-shutterstock.com

조선 궁중과 반가에서는 더욱 다양한 떡이 만들어졌다. 각색 메시루떡, 차 시루떡 등을 층층이 쌓아 연회에서 사용했다. 조선시대 음식 관련 조리서에 등장하는 떡의 종류만 해도 200여 가지가 넘는다. 사용된 재료도 100가지가 넘는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습도 의미를 지닌다. '조선상식'에 따르면, 흰 떡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은 천지 만물의 신생을 의미한다. 가래떡을 길게 늘이는 것은 재산과 복이 늘어나길 바라는 뜻이고, 둥글게 써는 것은 태양처럼 새해가 밝게 빛나고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에는 한국 떡이 새로운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꿀떡에 우유를 부어 먹는 ‘꿀떡 시리얼’, ‘오! 그래놀라’, ‘떡카페’ 등으로 재해석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유튜브 '식후빵'

'K-ricecake Tteok'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여러 떡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관심도도 높아졌다. 이처럼 한국 떡은 K-푸드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방앗간에서 상인들이 가래떡을 뽑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방앗간에서 상인들이 가래떡을 뽑고 있다. / 연합뉴스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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