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룟값 폭락 중인데…외국인도 찬양하는 국민 밥도둑 가격만 천정부지 치솟는 이유

2025-02-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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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김 가격 전년 동기보다 23.6% 상승

국민 밥도둑이자 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한국 대표 식재료 김의 가격 상승세가 몇 개월째 심상치 않다. 반면 마른 김의 원재료인 물김의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어 더욱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해 4분기 서울과 경기도 내 420개 유통업체에서 판매된 39개 생활필수품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평균 1.1%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격 상승 상위 품목은 맛김(23.6%), 고추장(9.9%), 간장(7.9%), 참기름(7.2%) 순이다.  / 연합뉴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해 4분기 서울과 경기도 내 420개 유통업체에서 판매된 39개 생활필수품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평균 1.1%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격 상승 상위 품목은 맛김(23.6%), 고추장(9.9%), 간장(7.9%), 참기름(7.2%) 순이다. / 연합뉴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해 4분기 서울과 경기도의 420개 유통업체에서 판매된 39개 생활필수품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평균 1.1% 상승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19개로 평균 4.1% 올랐다. 그 중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5개 품목은 맛김(23.6%), 고추장(9.9%), 간장(7.9%), 참기름(7.2%), 케첩(6.4%)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맛김은 2023년 1월 평균 4479원에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으나 지난해 6월 평균 5031원으로 폭등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평균 5555원까지 올랐다.

전 분기 대비 지난해 4분기 가격 상승률 1위도 맛김(5.3%)이었다. 이어 참기름(3.6%), 케첩(3.5%), 오렌지주스(3%), 시리얼(3%) 순으로 나타났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맛김 가격이 크게 오른 주요 원인은 주 원재료인 김 원초 가격이 기후 위기 등의 이유로 폭등했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김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맛김 가격 상승세도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충남 홍성군 남당항 김 양식장에서 김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     홍성군 제공
충남 홍성군 남당항 김 양식장에서 김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 홍성군 제공

◆ 맛김(마른 김) 원재료인 물김은 가격 폭락 중인데...왜?

맛김의 가격 폭등이 당황스러운 이유는 원재료 물김 가격의 내림세에 있다. 김 가공업체가 늘어난 물김 물량을 수용하지 못하는 탓에 마른 김 공급이 늘어나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물김은 한 달도 안 돼 3000t 정도 바다에 버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일 매일경제가 전국 수산업협동조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1~22일) 물김 위판 가격은 kg당 793원으로 전년(1611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3년(1169원)과 비교해도 32.2% 하락한 수준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신규 양식을 허가해 양식 면적이 늘어난 데다 김 수확 시기인 지난해 11월부터 작황이 좋아진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달 위판 물량은 5321t으로 전년(4185t) 대비 27.1% 증가했다.

다만 경매에서 유찰돼 폐기되는 물김도 빠르게 늘었다. 물김이 폐기되는 이유는 생물이라 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수부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까지 진도군과 해남군 두 곳에서 폐기된 물김만 2400t에 이른다. 다른 지역까지 합치면 모두 30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물김으로 만드는 맛김 가격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맛김 한 장 가격은 전년 대비 1.5배 정도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맛김 10장 평균 소매 가격은 지난달 10일 기준 1562원이다. 한 장에 150원을 돌파한 셈이다.

맛김 평균 소매 가격은 1년 전만 해도 10장에 1050원으로, 장당 100원꼴이었다. 1년 사이 가격이 48.8% 올라 장당 50원 더 비싸진 것이다. 물김 가격이 전년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 지난달 22일에도 맛김 가격은 1467원을 유지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는 김 가공업체의 수용 능력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김이 과잉 공급돼 더 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버려질 뿐 아니라 마른 김으로 가공되는 과정도 더딘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김이 시중에 판매되려면 물김 가공과 유통 과정이 필요한데 그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라며 "12월 중하순부터 물김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마른 김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을까 예측한다"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보통 물김값이 급등하면 맛김 가격도 오른다. 하지만 낮아진 물김 가격이 맛김 가격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김의 원재료 가격이 내려간다고 한들 인건비나 물류비 등 다른 비용이 상승했다면 가격을 쉽게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충남 홍성군 남당항 김 양식장에서 김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 홍성군 제공
충남 홍성군 남당항 김 양식장에서 김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 홍성군 제공

◆ 곧 오르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물가감시센터는 예의주시하는 품목으로 참기름과 생리대를 꼽았다. 센터는 "CJ제일제당과 오뚜기가 지난해 참기름 가격을 10% 이상 올렸는데 최근 참깨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가격 인하 여부를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생리대에 관해서는 "주 원재료인 펄프로 해외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제품"이라며 "주 원재료인 국제 펄프 가격의 변동성이 크고 현재 고환율로 인해 원재료가 상승이 커질 것으로 보여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슈퍼흡수 중형(18개입)'은 지난해 4분기 평균 7113원으로 전년 동기(6563원)보다 8.4%나 올랐다. '좋은느낌 오리지널 울트라슬림 날개중형(18개입)'도 6.3%나 인상됐다.

센터는 "2024년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제품 대부분에 이상기후로 인한 원재료 가격 불안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라며 "2022년부터 밀, 대두 가격이 오른 데 이어 원당, 원두, 카카오, 김 등의 가격 급등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식품 가격이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중장기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아직 명확한 방안이 보이지 않고 있다"라며 "연초부터 급격한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해 식품을 포함한 생필품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고 경기침체로 국내 소비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 속에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전망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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