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운 곳을 긁으면 생기는 일…“면역 방어력 늘어난다”

2025-02-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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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가려움증의 경우 긁는 행위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어

가려운 곳을 적당히 긁으면 상처 부위의 세균(박테리아) 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Yurii_Yarema-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Yurii_Yarema-shutterstock.com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 생쥐모델을 통해 감각 뉴런인 비펩티드 2(NP2)의 기능을 없애는 것이 가려움, 긁기, 염증 사이의 연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에 따르면 긁는 행위는 통각 뉴런을 활성화해 '물질P'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한다. 이 물질은 호중구를 유도해 비만세포를 자극하고 염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긁는 행위는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세균을 줄여 면역 방어력을 강화할 수 있다.

연구의 제1 저자인 다니엘 카플란 교수는 "가려운 곳을 긁는 행위가 어떻게 염증을 일으키는지 설명하는 경로를 밝혀내, 가려움증이 해로운 병리학적 과정이자 유익한 진화적 적응이라는 일종의 모순을 해결한 셈"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을 약리학적으로 표적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긁는 행위는 양면성을 지닌다. 가려운 부위를 긁으면 만성 피부병이 악화될 수 있지만, 피부 미생물군에 영향을 미쳐 불균형을 예방할 수 있다.

카플란 교수는 "가려운 곳을 긁으면 쾌감을 느낀다. 이는 진화 과정에서 긁는 행위가 어떤 긍정적 영향을 제공했음을 시사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긁는 행위가 피부의 세균 감염에 대한 방어 작용을 한다는 증거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은 특정 금속이나 자극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가려움증과 발진을 유발한다. 긁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면 염증이 심해지고 치유가 느려진다.

연구팀은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알레르겐을 이용해 생쥐의 귀에 습진 증상을 만들어 실험했다. 긁을 수 있는 생쥐는 염증이 심해졌고, 긁지 못한 생쥐는 염증이 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긁는 행위가 황색포도상구균의 양을 줄여준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단, 만성 가려움증의 경우는 긁는 행위의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분석됐다.

카플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긁는 행위가 염증의 병리학적 원인이자 감염에 대한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진화적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시사한다"며 "만성 가려움증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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