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서 또 유전 가능성 발견했지만… 시추공 뚫을 돈도 없는 현실
2025-02-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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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예산 몰살' 비판 목소리…멀어지는 산유국의 꿈
최대 140억 배럴로 추정된 동해 석유·가스 매장량에 추가로 50억 배럴이 얹혔다. 기존 2000조원의 예상 경제적 가치에 700조원이 더해진 것이다. 하지만 탄핵정국 속 야당 주도로 시추공도 뚫기 전에 1차 시추 예산부터 '제로'가 되면서 개발 사업은 좌초 위기에 처한 상태다. 야당의 독단적인 국책 사업 '예산 몰살'이 에너지 안보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기업 액트지오는 지난해 12월 동해 울릉분지 일대에 대한 추가 유망성 평가 보고서를 석유공사에 제출했다.
현재 울릉분지에는 2023년 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1차 유망성 평가로 확인한 유망구조의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유망구조는 석유,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큰 지층 구조를 말한다.
이번 평가는 당시 조사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추가 조사의 일환이었다.
보고서에는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큰 14개 유망구조를 새롭게 발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14개 유망구조에 매장됐을 탐사자원량은 최대 51억7000만 배럴로 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액트지오는 현재 1차 탐사시추가 진행 중인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액트지오의 두 차례 분석 결과를 합하면 동해 심해에는 총 190억 배럴이 넘는 가스‧석유가 매장돼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석유공사는 새 유망구조에 '마귀상어' 등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탐사 성공률은 대왕고래 구조와 비슷한 20% 수준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지난해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공개할 당시 최대 2000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계산법을 적용하면 추가로 발견된 최대 51억 7000만 배럴 탐사자원량의 경제적 가치는 최대 730조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아직 석유공사가 용역 결과만 제출받은 단계여서 전문가들과 추가 검증을 정밀하게 진행해야 더 구체적인 매장량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증 결과에 따라 매장 규모가 달라질 수도 있다.
문제는 비용 마련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1차공 탐사 시추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은 약 1000억원이다. 정부 예산으로 절반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석유공사가 충당할 계획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정부 예산의 98%가 삭감됐다. 기존 정부안 505억 5700만원에서 497억 2000만원(98.3%)이 잘린 8억 3700만원만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 예산 지원이 막히면서 석유공사는 1차공 시추 비용을 전액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
1차 시추에서 석유나 가스 등이 발견되지 않으면 후속 작업을 위한 재원 조달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데, 시추 성공 확률은 겨우 20%다.
예정된 추가 탐사 시추는 최소 4번으로 산업부는 4000억원의 추가 시추 비용을 석유공사 채권 발행,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충당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가 개발 동력을 이어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대왕고래를 국정 과제로 삼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도 확대돼 해외 투자 유치도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