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오요안나 유족, 괴롭힘 가담 선배 단톡방 내용 폭로

2025-02-01 11:17

add remove print link

오요안나, 사망 전 극단적 선택 시도 후 “창자 끊어질 듯 괴롭다” 괴롭힘 피해 호소

지난해 숨진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유족이 고인의 사망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며 직접 증거를 제시했다.

생전 '유퀴즈'에 출연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모습 /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생전 '유퀴즈'에 출연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모습 /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지난달 31일 방송된 JTBC 시사 프로그램 '사건반장'에서는 숨진 오요안나의 유족이 직접 나와 고인이 생전 당했던 직장 내 괴롭힘 증거들을 공개했다.

유족은 고인이 생전 가족에게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자주 토로했으며 10여 곳의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고 주장했다. 얼굴이 알려진 방송인이라 일부러 정신과 여러 군데를 돌아다닌 것 같다는 게 유족의 입장이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9월 15일 사망했으나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목숨을 잃을 뻔했다. 고인은 사망하기 며칠 전인 9월 6일 첫 극단적 선택 시도를 했으며 그 이후에도 한 차례 더 시도해 총 두 차례나 위험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9월 6일 날 오후 한 2시경인가 전화가 왔다, 저한테. 가양대교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거를 지나가는 할머니가 머리채를 붙잡아서 끌어내려가지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이 출동해서 지금 파출소에 보호 중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유족이) '왜 죽으려고 그랬냐' 그랬더니 (오요안나가) '직장이 힘들다. 등뼈가 부러져 나올 것같이 아프고 창자가 다 끊어질 것처럼 힘들어. 사는 게 너무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편안해지고 싶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안 되겠다. 가족 동의로 6개월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되겠다' 그랬더니 '자기 방송해야 한다. 광고도 계약해 놔서 내가 광고 찍어야 된다. 안 죽는다. 그냥 홧김에 해본 거다'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또 유족은 기상캐스터 선배들이 단톡방에서 고인과 그의 동기를 험담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험담을 나눈 선배 중에는 고인이 믿고 의지한 선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자기들끼리 만든 단톡방이 있다. 'XXX 없는 X들 옷 조심해서 입으라고 했는데 말도 안 듣고 도대체 XXX가 없어', '걔들을 우리 후배라고 취급하지 말자' 그러면서 '이 XX X야 아침방송 와서 술 냄새나고 씻지도 않고 와서' 이러면서 또 깐다. 완전 XXX이 되는 거다"라고 했다.

또한 "(선배들이) '아휴 쌍으로 미쳤다, 쟤들' 이렇게 얘기하는 거다. 마치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왕언니' 같은 그런 분위기더라 보니까"라며 "(오요안나가) '유퀴즈'를 나간 뒤에 이게 도화선이 돼서 모두의 질시를 받게 되는 대상으로 바뀐 거다"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한 선배는 단톡방에서 학교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더글로리'의 가해자 역할로 나오는 '연진이'를 언급하며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라며 "피해자 코스프레 겁나 한다. 우리가 피해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이런 가운데 고인의 전 직장인 MBC는 입장을 내고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 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라며 "고인이 피해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MBC는 이날 오요안나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위에는 법률가 등 복수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며 사내 인사 고충 조직의 부서장이 함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조사는 내주 초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MBC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도 조사위에 제공된다.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오요안나는 2021년 MBC에 입사했으며 지난해 9월 사망했다. 하지만 고인이 숨진 지 3개월 뒤인 지난달 27일 그의 유서가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유족이 서울중앙지법에 MBC 직원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고인이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