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탑승객이 목격한 '국민 빌런'…“일단 살아야지...욕밖에 안 나와”

2025-01-3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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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탑승객이 전한 화재 당시 기내 상황

지난 28일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당시, 일부 승객들이 자신의 짐을 챙기려다 비상 탈출에 큰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탑승객들이 비상탈출을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탑승객들이 비상탈출을 하고 있다. / 뉴스1

앞서 28일 오후 10시 15분쯤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 중이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긴급 대피했다.

29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탑승객 정 씨는 "짐이 뭐가 필요 있냐. 일단 살아야지 (하면서) 욕밖에 안 했다. 칸이 좁은데 2~3명씩 비집고 나가려고 하니까… 사람들은 옆으로 튕겨 나가고 넘어지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승객은 "승객들이 앞으로 밀리면서 주위에서 '문 열어라' 하시면서 계속 막 밀고, 승객들이 막 짐 빼려고 하고 그 안에서 막 이렇게 된 거죠"라고 증언했다.

해당 보도 이후 자신의 짐을 챙기려다 탈출을 방해한 일부 '국민 빌런' 승객들을 향한 공분도 쏟아졌다. "저 상황에서 짐 챙긴 사람들 진짜 제정신 아니다", "짐 챙기고 싶으면 가장 늦게 내리면 된다", "짐 가지고 내린 사람 진짜 못 됐다", "자기 짐 챙기다가 뒷사람들 다 타 죽는다", "캐리어 끌고 나온 사람도 보이네...진짜 이기적이다. 이륙 전 안전교육 철저하게 해야 할 듯", "현직 승무원이다. 비상 탈출 시에는 무조건 모든 짐을 버리고 탈출해야 한다. 징 박힌 운동화나 구두도 모두 벗어야 한다. 빠른 시간 내에 탈출하는 게 우선이다", "짐 들고 나오는 거 보고 진짜... 그 찰나에 짐을...", "짐 챙긴 사람들은 진짜 부끄러운 줄 알아라", "수화물 들고 내려오다가 비상 슬라이드 찢어지면 뒷사람들은 죽으라는 건가?", "캐리어 들고나온 사람들은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등 비난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일부 탑승객들의 이런 행동이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그 짐을 찾는 동안에 다른 분들이 통로를 이용하지 못해서 대피 자체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여객기 화재 사고에서는 짐을 챙기려던 승객들로 인해 탈출이 지연되면서 78명 중 41명이 사망한 비극적인 사례가 있었다. 당시 생존자들은 일부 승객들이 수하물을 찾으려다 통로를 막아 뒤쪽 승객들이 탈출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를 통해 여객기 화재 시 골든타임에 대해 "90초 룰을 적용하지만 실제로는 정확한 골든타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합동감식 앞둔 에어부산 사고 여객기 / 뉴스1
합동감식 앞둔 에어부산 사고 여객기 / 뉴스1

항공 안전 규정상 비상 탈출 시에는 어떠한 짐도 챙기지 않고 구두까지 벗은 채로 슬라이드를 타야 한다. 수하물이나 구두가 비상 슬라이드를 손상시켜 추가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상 상황에서는 오직 생명의 안전만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에어부산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승무원들의 비상 매뉴얼 준수 여부를 조사 중이며,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보조배터리에 대해서는 기내반입 규정 강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유튜브, JTBC News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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