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를 더 믿어 달라” 에어부산 승무원 대처 비판에 참다못한 항공사 직원의 호소
2025-01-3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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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들은 절대 승객들을 기내에 두고 내리지 않는다”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에서 승무원의 미흡한 대처로 승객들이 직접 비상 탈출문을 열고 대피했다는 주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 26분께 에어부산 BX391편에 탑승해 이륙을 준비 중이던 승무원은 기내 뒤편 주방에서 대기 중 오버헤드빈(머리 위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목격하고 관제탑에 상황을 보고했다.
당시 기내에 있었던 승객들 역시 선반에서 화재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승무원들이 제때 불을 끄고 비상구를 열어 승객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거나 공포에 휩싸인 승객들에게 '가만 앉아 있으라'며 소화기만 뿌려 불안감을 조장했다는 주장들도 잇따라 나왔다. 또 화재 당시 승무원이 '짐을 놓고 대피하라'고 안내하지 않아 짐을 챙기려는 승객과 탈출하려는 승객이 뒤엉켜 더욱 혼란스러웠다는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또한 한 승객은 짐칸 사이로 불꽃이 보여 직접 화재를 진압하려 했으나 승무원이 짐칸의 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며 승무원들의 대처를 지적했다.
이런 승객들의 불만은 사고 후 언론을 통해 연이어 보도됐다. 그러자 항공사 직원들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에어부산 화재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을 작성한 국내 항공사 직원은 에어부산 사고기 승무원의 대처 논란에 대해 "승무원들은 절대 승객들을 기내에 두고 내리지 않는다. 화재가 발생했든 비행기가 비상 착륙을 했든 비상 착수(물)를 했든 탑승한 승객 모두가 탈출할 수 있도록 지시해야 한다"라며 "이런 상황일수록 승무원을 더 믿어주시고 저희의 지시에 따라 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선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선반을 열지 못하게 막았다는 주장과 관련해 "보여지는 화재만으로는 선반에서 나고 있는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다. 우선 화재가 났을 경우에는 불길을 먼저 진압해야 한다. 무작정 선반을 열었다가 불길이 확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선반을 열지 못하도록 한 것이고 선반을 열었을 경우에 화재가 났던 해당 선반 근처의 승객들은 화재에 의한 화상 혹은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로 화재가 진압되면 좋았겠지만 기내 상황은 아비규환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승무원들은 상황 판단을 하고 승객들을 진정시키고 기장님께 보고하는 등 각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을 거다"라며 "승무원은 입사 시, 그리고 매년 정기 안전 훈련을 받는다. 아무 이유 없이 승무원들이 승객을 제지하지 않는다. 저희를 더 믿어 달라"라고 부탁했다.
또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비상탈출구를 못 열게 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승객이 직접 도어(문=비상탈출구)를 열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설명드리겠다"라며 "엔진이 켜져 있는 상황에서 비상 탈출구를 열면 엔진에 사람이 빨려 들어갈 수 있다. 또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를 바로 필 수 없는 상황(도어모드 정상)에서 비상 탈출구를 열면 비행기에서 추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뒤가 엉켜 내려가라고 밀치며 소리치는 승객에 의해 떠밀려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내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화재를 진압하지 않고 비상탈출을 먼저 한다면 기내에 화재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와중에 불길만 더 확산된다. 또한 해당 편 항공기는 아직 이륙 전으로 비행을 위한 연료가 가득 차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어를 개방해 산소가 유입되면 기내에 확산된 불길은 항공기 내 연료에 의해 더 큰 화재, 즉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승객이 직접 문을 열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이 부분에 관해 말이 많은데 정확한 내용 확인이 먼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승무원이 비상구열 좌석 승객에게 비상구를 열라고 지시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여부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한다. 비상구열 좌석에 착석한 승객은 지상, 기내에서도 비상구열 좌석에 관련해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승무원의 안내 후 비상 탈출구를 개방'이라는 안내를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각종 추측이 난무하자 에어부산은 지난 29일 '기내 비상탈출 경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에어부산은 "최초 목격 승무원에 따르면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화가 목격됐다"라며 "화재 확인 즉시 승무원이 기장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기장은 2차 피해가 없도록 유압 및 연료 계통을 즉시 차단한 후 비상탈출을 선포해 신속하게 전원 대피 완료했다"라고 말했다
화재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별도의 안내 방송을 시행할 시간적 여력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긴박하게 이뤄진 상황으로, 짧은 시간 내에 관련 절차에 의거해 신속하게 조치해 탈출 업무를 수행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승객이 직접 비상구를 열어 탈출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비상구열 착석 손님은 탑승 직후 승무원에게 비상탈출 시 비상구 개폐 방법에 대해 안내 받고 승무원을 도와주는 협조자 역할에 동의해야만 착석 가능하며 비상탈출 시 승객이 직접 비상구 조작 및 탈출이 가능하다"라며 매뉴얼에 따라 승무원에게 협조 요청을 받은 비상구열 착석 승객이 직접 문을 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항공보안법 제23조는 승객이 항공기 내 출입문, 탈출구, 기기 조작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해 출입문을 조작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실제 2023년 5월 대구공항에 착륙 중인 아시아나 항공기 비상문을 강제로 연 30대 남성은 지난 15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