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화재] 공포에 질린 승객들이 자력 비상탈출... 비행중이었다면 대참사
2025-01-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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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외쳤는데도 안내방송도 없었다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때 기내 대피명령이나 안내방송이 전혀 없었던 까닭에 승객들이 비상문을 열고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의 사고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28일 오후 10시 26분 부산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가 발생해 176명(승객 170명, 승무원 6명)이 비상문을 열고 슬라이드로 탈출하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비행기에 타고 있던 탑승객 176명 전원이 슬라이드로 비상 대피했다. 대피 과정에서 3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뉴스1 등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불은 순식간에 번졌다. 기내 대피명령이나 안내방송이 없었다. 공포에 질린 승객들이 “숨이 안 쉬어진다”, “살려달라”라고 외쳤다. 결국 승무원이 아닌 승객들이 직접 비상문을 열고 슬라이드를 펼쳐 탈출해야 했다.
탑승객 박모(50대) 씨는 갑자기 어디서 탄 냄새가 나서 뒤를 보니 불길이 강하게 솟았다면서 아내가 다른 승객이랑 힘을 합쳐 비상 탈출문을 열고 슬라이드를 열었다고 전했다.
박 씨는 불을 본 승무원이 누가 짐칸에 배터리를 넣었는지 묻더니 차량용 소화기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별도의 대피명령이 없었고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박 씨는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상황에서도 기장은 불이 난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불이 난 여객기에서 벗어난 뒤 에어부산 측에서 호텔에 갈 사람은 호텔, 알아서 집으로 갈 사람은 알아서 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소방 당국과 승객들에 따르면 불이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에 연기가 꽉 찼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앞쪽에 앉아 있었던 탑승객 정모 씨는 뒤에서 사람들이 달려와 승무원에게 불이 났으니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쳤다면서 “무서워서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사람들은 서로 밀어 넘어지기도 했다”고 했다.
김모 씨는 승객들이 착석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한 뒤 불이 났다다고 했다. 그는 안내방송이 없었고 승객들이 “불이야”라고 외치며 기내 뒤편 문을 열고 탈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뒤에 탈출한 승객들이 상당히 고통스러워했다고 전했다.
탑승객 신모 씨는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 바로 앞 짐칸에서 처음 불이 났다면서 점퍼를 벗어 불을 끄려고 하다 탈출구 문을 열려고 했는데 승무원이 막았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서로 밀거나 큰 소리로 화를 내기도 했다면서도 그나마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위기 상황에서 모두 침착하게 잘 대처한 것 같다고 했다.
승객들 증언을 종합하면 에어부산의 사고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비행기가 출발한 뒤 사고가 났으면 대형 참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실제로 완진된 항공기를 보면 비행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공중에 있었다면 추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처럼 한진그룹 계열사다. 이에 따라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을 통합하려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LCC(저비용 항공사) 통합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