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성능 능가... 전 세계 발칵 뒤집은 중국 AI ‘딥시크’란 무엇인가
2025-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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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으로 고성능 구현해 전 세계 AI 업계에 지각변동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인공지능(AI)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딥시크는 저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해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창업자 량원펑의 독특한 배경과 전략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딥시크의 성공 비결과 미래 전망이 중국 매체와 미국 언론을 통해 상세히 조명되고 있다.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창업자 량원펑은 1985년생 중국 광둥성 출신이다. 그는 저장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2015년 대학 동창 2명과 함께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High-Flyer)를 설립했다. 이 펀드는 딥러닝 기술을 컴퓨터 트레이딩에 적용해 큰 성공을 거뒀고, 자산 규모는 80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량원펑은 이 과정에서 AI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았고, 소규모 AI 연구소를 운영하다가 독립적인 회사로 분리해 딥시크를 창업했다.
량원펑은 스스로를 펀드 트레이더보다는 엔지니어로 인식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와 가까운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그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열정적이며,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량원펑을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에 비유하며 "중국의 샘 올트먼이 됐다"고 평가했다. 포브스는 딥시크 연구팀이 중국 최고 대학 출신의 젊은 인재들로 구성됐으며, 전통적인 업무 경험보다 기술적 능력을 우선시하는 채용 전략을 통해 "AI 개발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가진 고도로 숙련된 팀을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량원펑의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는 2019년부터 AI 개발을 위한 칩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약 1만 개를 확보해 AI 칩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이는 딥시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2023년 11월, 딥시크는 첫 번째 오픈소스 AI 모델인 '딥시크 코더'를 공개했고, 2024년 5월에는 더욱 진보된 '딥시크-V2'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강력한 성능과 저렴한 비용으로 중국 내 AI 모델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촉발했다. 이후 딥시크는 '딥시크-V3'와 '딥시크-R1'을 차례로 출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딥시크는 V3와 R1 모델이 미국의 주요 AI 모델과 비교해 성능이 더 우수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수학경시대회인 AIME 2024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R1은 79.8%의 점수를 기록해 오픈AI의 'o1' 모델(79.2%)을 앞섰다. 또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연구원들이 운영하는 챗봇 성능 평가 플랫폼 '챗봇 아레나'에서 두 모델 모두 상위 10위 안에 들며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했다.
딥시크의 가장 큰 강점은 저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딥시크-V3 개발 비용이 557만 6000달러(약 78억 8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메타의 최신 AI 모델인 라마(Llama) 3 개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이 금액은 엔비디아의 저렴한 칩인 'H800 GPU'를 시간당 2달러에 2개월 동안 빌린 비용만을 계산한 것으로, 인건비와 운영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계는 딥시크가 저렴한 자원으로 뛰어난 성능의 모델을 개발해 AI 개발 방식에 혁신을 가져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딥시크의 최신 모델인 R1은 기존 모델의 미세 조정(fine-tuning) 단계를 건너뛰고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에 초점을 맞춘 창의적인 설계로 주목받았다. 오픈AI의 전 임원 잭 카스는 "자원 제약이 종종 창의성을 촉진한다는 큰 교훈을 보여준다"며 딥시크의 접근 방식을 칭찬했다.
딥시크 모델이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사용자들은 딥시크-V3가 중국 정부나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민감한 정치적 질문에는 답변을 피하는 등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본다. 중국 내에서 운영되는 기업으로서 피할 수 없는 한계로 보인다.
량원펑은 최근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WSJ에 따르면, 량원펑은 이 자리에서 "중국 기업이 미국을 따라잡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의 첨단 칩 수출 제한이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과의 경쟁에서 겪고 있는 기술적 제약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공급이 제한되면서, 딥시크는 자체적인 칩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량원펑은 "중국 내 반도체 산업의 자립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딥시크는 AI 모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혁신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딥시크-V3는 기존 모델 대비 30%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유지한다. 이는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장점으로, 특히 전력 소모가 큰 AI 산업에서 큰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이러한 기술적 혁신이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더불어 딥시크는 AI 모델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주요 제조업체와 협력해 AI 기반의 생산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의료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한 질병 진단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딥시크가 단순히 기술 회사를 넘어, AI를 통해 다양한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딥시크의 성장에는 도전과제도 존재한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는 딥시크의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공급이 제한되면서, 딥시크는 자체적인 칩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량원펑은 "중국 내 반도체 산업의 자립화가 시급하다"며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의 AI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저비용·고효율의 AI 모델 개발은 전 세계 AI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딥시크가 어떻게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