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준비할 때 500인분…설 명절, 남을 위해 밥 짓는 사람들
2025-01-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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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웃을 위한 따뜻한 밥퍼의 숨겨진 이야기
나눔의 힘으로 이어가는 밥퍼 봉사자들의 희망
명절 연휴에도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27일 연합뉴스는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 봉사활동 현장에 대해 전했다.
지난 23일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밥퍼. 아침부터 일손을 돕기 위해 찾은 24명의 자원봉사자로 건물 내부는 북적였다고 한다.
밥퍼는 매일 약 500인분의 점심 식사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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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밥퍼를 이용하고 있다는 임민우(80) 씨는 "밥퍼는 그냥 밥만 먹는 데가 아니다. 외로운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대화의 장"이라며 "거의 항상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 매일 오던 분이 안 나오면 서로 '무슨 일이 있나' 걱정하며 안부를 챙겨주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인근 전농동에 거주하는 서옥례(95) 씨는 "집이랑 가까워 날마다 온다. 밥퍼에 오기 시작한 지는 한 8년은 된 것 같다"며 "내가 하루만 안 와도 밥퍼에서 '왜 안 오시냐'며 전화가 온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밥퍼 봉사만 벌써 4번째인 김경민(18) 군은 "두 번째로 봉사하러 왔던 날, 한 할머니께서 '학생 잘 먹었어. 고마워'라고 말씀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 꾸준히 봉사하러 오고 있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첫 봉사에 나선 최우령(44) 씨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공부가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닫고, 주변 이웃을 돌보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후원 100%로 운영되는 밥퍼는 한때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2022년 동대문구청에서 밥퍼가 증축한 가건물이 불법 증축이란 이유로 소송을 걸면서 기업들로부터 후원이 끊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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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밥퍼에 든든한 구원의 손을 내민 건 이날의 봉사자들처럼 개인 후원자들인 '개미군단'이었다.
밥퍼 관계자는 "소송 문제가 터지면서 기업들의 후원은 많이 줄었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개인 후원은 오히려 많이 늘었다"며 "물가가 올라서 재료비도 예전보다 많이 들어가는데 개미군단 분들 덕분에 큰 타격 없이 밥퍼가 지금까지도 운영을 이어올 수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