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때부터 즐겨 마셔'...새해에 꼭 먹었다는 한국 술

2025-01-2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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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을 바라보고 어린 순부터 마셔

조선시대 한양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열양세시기’에는 새해 첫날 마시던 술 ‘도소주’가 등장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krein1-shuttert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krein1-shuttertstock.com

‘사악한 기운을 없애는 술’이라는 뜻의 도소주는 차례를 지낸 후 온 가족이 나눠 마시던 전통주였다.

도소주는 집에서 직접 빚는 가양주로, 허준의 ‘동의보감’에 그 제조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백출, 대황, 도라지 등의 약재를 넣어 만든 도소주는 신성한 술로 여겨졌다.

섣달그믐날 우물에 담가둔 약재 주머니를 맑은 술에 넣고 끓여 식힌 후, 동쪽을 향해 어린 사람부터 순서대로 마셨다. 이렇게 마시면 한 해 동안 건강을 지키고 악운을 쫓을 수 있다고 믿었다.

남은 약재는 버리지 않고 차로 끓이거나 다른 술을 빚는 데 사용했고, 약재를 담갔던 우물물을 마을 사람들과 나눠 마시며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소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한 해의 시작을 알리고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전통은 거의 사라졌고, 제사상에는 외국산 재료로 만든 소주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도소주를 직접 만들기 어렵다면, 고향의 전통주를 준비해 가족과 함께 나눠 마시는 것도 재미다. 전국에는 약 1400곳의 전통주 양조장이 있으며, 가까운 농협 하나로마트나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전통주를 직접 만드는 양조장 중 미등록된 곳을 포함하면 양조장이 300여 곳이나 된다.

전통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 바로 충남 서천 한산면이다.

이곳에서는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산소곡주'를 빚는다. 감칠맛이 뛰어나고 달짝지근한 맛으로, 마시면 혀에 착착 감기는 듯한 매력이 있다.

경북 안동 또한 전통주로 유명한 지역이다. '찜닭'과 함께 안동을 대표하는 '안동소주'는 맑은 술을 증류하여 만든 술로, 40도 이상의 높은 도수를 자랑한다.

안동에는 명인안동소주의 박재서 명인, 민속주안동소주의 조옥화 명인 등 10여 곳의 소주 양조장이 있어 다양한 안동소주를 맛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안동진맥소주를 만드는 '밀과노닐다'와 같은 새로운 양조장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전통주가 많으니, 직접 찾아가서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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