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서울 명동에 왜 '주인 없는 땅'이...
2025-01-27 10:28
add remove print link
정부, 미등기 토지 국유화 추진
정부가 주인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등기 토지의 국유화를 추진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일 미등기 상태로 조사된 토지에 대해 진짜 소유자가 나타날 경우 간단히 등기할 수 있도록 하고, 남은 토지는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특별법(미등기 사정토지 국유화 특별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특별법은 법무부를 비롯한 7개 부처 및 청에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미등기 사정토지 규모는 544㎢(약 1억6456만평)다. 약 63만 필지다. 여의도 면적(2.9㎢)의 188배에 이른다. 국내 전체 토지 면적의 약 1.6%에 해당하며, 공시지가로는 2조 2000억 원이 넘는다.
미등기 사정토지란 일제강점기 토지 조사 당시 소유자와 면적, 경계가 정해졌으나 이후 소유자의 사망이나 월북 등으로 100년 넘게 등기가 되지 않은 땅을 의미한다. 당시에는 등기가 아닌 계약만으로도 소유권 이전이 가능했으나 1960년 민법이 시행되면서 등기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비용 문제나 기타 사정으로 인해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속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늘었고, 월북자나 사망자가 소유자로 등록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아졌다. 특히 한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서울 중구 명동에도 소유권이 불분명한 미등기 사정토지가 3필지(약 1041㎡·314평)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토지 소유권을 국민의 중요한 재산권으로 간주해 사정명의인(초기에 소유자로 등록된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점유자가 등기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토지가 공공이나 민간 개발 사업에 포함될 경우 소유권을 확인할 수 없어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또한 주변 땅의 가치 하락, 불법 쓰레기 투기 문제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권익위는 2012년 이후 미등기 사정토지와 관련된 민원이 약 7000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이번 특별법을 통해 미등기 토지의 초기 소유자나 그 상속자에게 우선적으로 등기 기회를 제공하고, 남은 땅은 국가가 소유하도록 했다. 이후 진짜 소유자가 나타날 경우 소유권을 돌려주거나, 돌려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권익위는 또한 법무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안전부, 법원행정처, 조달청 등에 특별법 시행을 위한 제도 개선을 지원하도록 권고했다.
권익위 정동률 산업농림환경민원과장은 “권익위가 지난 4년간 실태 조사와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특별법 초안을 작성했다”며 “이후 법무부가 각 부처와 협의를 통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는 등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미등기 토지 문제를 해결하면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민간 토지 개발사업도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관련 부처와 협력해 올해 말까지 법률 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