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이런 걸 어떻게 먹느냐” 경악하지만 한국에선 흔하디 흔한 한국 요리

2025-02-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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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 나뉘는 한국 요리

번데기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흔히 취급하는 요리다. / 연합뉴스
번데기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흔히 취급하는 요리다. / 연합뉴스
외국인들은 생김새만 보고 기겁하는가 하면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나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번데기다. 누에나방 번데기인 번덱는 독특한 맛과 식감으로 한국인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번데기에 대해 알아봤다.
번데기탕 / '엄마솜씨' 유튜브 영상 캡처
번데기탕 / '엄마솜씨' 유튜브 영상 캡처

번데기의 원재료인 누에나방은 실을 얻기 위해 키운다. 번데기를 얻으려면 고치 상태에서 삶거나 찌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고치를 풀어내면 명주실이 나온다. 이 실로 고급 직물인 비단, 명주, 벨벳 등을 만든다. 이렇게 실을 뽑은 후 남은 번데기를 버리지 않고 식용으로 활용한다.

한국에서 1960년대 이후에 대중화됐다. 6·25 전쟁 후 부족한 식량을 대체할 방법으로 번데기를 식용으로 사용하게 됐으며, 배고픈 시절에 양잠업 부산물이 남아돌자 먹기 시작한 게 대중화돼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현재 한국에서는 양잠업이 대규모로 이뤄지지 않아 번데기 대부분을 수입한다.

번데기는 한국의 길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음식이다. 노점에서 큰 찜솥에 번데기를 삶아 놓고 종이컵에 담아 이쑤시개와 함께 제공한다. 이처럼 길거리 음식으로도 매우 인기가 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음식인 것도 사실이다. 누가 봐도 벌레처럼 보이는 노골적인 생김새 때문이다.

하지만 번데기 자체는 매우 청결한 식재료다. 누에가 워낙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는 데다 고치에서 실을 뽑을 때 고온 처리 과정을 거치는 덕분에 매우 안전한 식품이다.

다만 길거리에서 주로 팔리는 만큼 번데기 요리의 위생 상태는 보장할 수 없다. 노점에서 뚜껑을 열어놓은 채 판매되는 번데기는 위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이 번데기 소비를 더욱 꺼리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에선 길거리는 물론이고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번데기를 만날 수 있다. 캔으로 포장된 번데기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용 대량식자재를 판매하는 곳에서도 냉동 번데기를 구입할 수 있다.

맛은 어떨까. 씁을수록 고소하다. 미더덕처럼 터지는 식감이 특징이다. 번데기 껍질은 질깃하면서도 담백하다.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캔 번데기는 이미 조리가 완료된 상태로 판매된다. 매운맛을 추가한 번데기도 있다. 자레인지에 데우거나 냄비에 부어 끓이면 간단히 술안주를 만들 수 있다. 요리할 때 다진 마늘, 청양고추 등을 추가하면 칼칼한 요리가 뚝딱 만들어진다.

번데기는 매우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다. 단백질이 무려 20%나 함유돼 있다. 지방, 칼슘, 인 등도 포함돼 있다. 번데기 단백질엔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포함해 소화와 흡수가 잘된다. 건강에 좋은 지방질이 포함되어 있어 다이어트나 헬스에도 유리한 음식으로 여겨진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서양인들은 한국인들이 번데기를 먹는 걸 보고 크게 놀란다. 처음 접할 경우 벌레라는 이미지 때문에 "이런 것도 먹을 수 있느냐"며 기겁하기 마련이다. 외국인들이 번데기를 먹기 어려운 이유는 특유의 비주얼과 벌레라는 식재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날생선을 먹는 데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번데기도 그 자체로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번데기와 유사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를 잡진 않았다. 일본도 하치노코라는 말벌의 애벌레를 먹지만, 번데기를 즐겨 먹는 문화는 그렇게 강하지 않다.

중국인들은 다양한 종류의 번데기를 식용으로 즐긴다. 특히 산누에나방의 번데기가 대표적이다. 이 번데기는 크기가 엄지손가락만 할 정도로 커서 왕번데기로도 불리는데, 재래시장 등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판매되기도 한다.

조리 방법으로는 주로 삶거나 튀기는 방식을 사용한다. 삶은 번데기는 속살이 많아 고소하고 크리미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튀긴 번데기는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번데기를 삶은 후 속살만 먹고 껍질은 버리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에서도 번데기는 흔히 볼 수 있는 간식 중 하나다. 꼬치에 끼워 튀겨서 판매한다. 독특한 식감과 맛으로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촌진흥청은 2020년 '수벌 번데기'를 새로운 식품 원료인 식용곤충으로 인정한 바 있다.식약처는 수벌 번데기가 고단백 식품으로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골고루 함유해 과자, 선식 등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단백질 폭탄 얼큰 번데기탕 맛있게 만드는법'이란 제목으로 '엄마솜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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