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징그럽다며 기겁하는데... 한국인들은 없어서 못 먹는 한국 해산물

2025-02-10 17:34

add remove print link

전 세계에서 한국인들만 즐기는 특별한 한국 식재료

개불을 잡고 있는 전남 강진군 사초리 주민들. / 뉴스1 자료사진
개불을 잡고 있는 전남 강진군 사초리 주민들. / 뉴스1 자료사진

독특한 생김새와 미묘한 맛으로 인해 일본의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도 한국인들만 즐기는 특별한 식재료가 있다. 개불이 그것이다. 워낙 특이하게 생긴 까닭에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나뉘는 개불에 대해 알아봤다.

개불 / 연합뉴스
개불 / 연합뉴스

개불은 의충목 개불과에 속하는 환형동물의 일종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극히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만 식용으로 사용되는 독특한 해양 생물이다. 영어권에서는 생김새 때문에 '주모벌레(Fat Innkeeper Worm)'나 '스푼 웜(Spoon Worm)'으로 불리며, 식용보다는 오컬트적인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신선한 해산물로 자리 잡아 다양한 요리로 즐겨 먹고 있다.

개불의 이름은 그 생김새에서 유래됐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개의 주요 부위를 닮은 독특한 모습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몸길이는 10~30cm 정도로 주로 바다의 조간대 퇴적물에 서식한다. 개불은 생김새가 독특한 만큼 처음 본 사람들에게는 혐오감을 주기도 하지만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그 식감과 단맛에 매료되곤 한다. 항문으로 산소를 호흡하는 개불의 입에 먹이를 거르는 강모가 있다. 이 독특한 외형과 생리적 특징은 개불을 한국 외 지역에서는 낚시 미끼나 과학 교육용 해부 재료로만 사용되게 만들었다.

고려 말에는 신돈이 정력 강화 목적으로 개불을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이는 생김새와 관련된 믿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도 같은 이유로 개불을 섭취한 사례가 있다.

개불을 전국적으로 먹기 시작한 시기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횟집 메뉴에서조차 찾기 힘들었으며,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독특한 식감과 맛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불 회 / 연합뉴스
개불 회 / 연합뉴스

섭취가 대중화하면서 개불 축제까지 열리고 있다. 매년 3월 전남 강진에서 갯벌의 진미 개불을 맛볼 수 있는 '강진 사초 개불 축제'가 열린다. 강진군 사초리는 개불 주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갯벌에서 잡히는 개불은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축제 기간엔 싱싱한 개불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체험 행사와 볼거리도 즐길 수 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개불 잡기 체험'이다. 갯벌에 직접 들어가 삽으로 개불을 캐는 체험은 아이들에게는 생생한 자연 학습의 기회를, 어른들에게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잡은 개불은 현장에서 바로 맛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개불의 주요 섭취 방법은 회로 먹는 것이다. 신선한 개불은 항문의 가시와 입의 강모를 제거한 뒤 내장을 빼내고 깨끗이 세척해 손질한다. 손질된 개불은 보통 어슷하게 썰어 회로 즐긴다. 이 밖에 꼬치로 구워 먹거나 소금에 절여 젓갈로 만들기도 한다. 살아있는 개불은 회로 썰어도 움직인다. 사후경직 현상이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개불의 맛은 매우 독특하다.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 감칠맛이 특징이다. 다른 동물성 식재료와 달리 생으로 먹었을 때도 단맛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밥을 오래 씹었을 때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단맛에 가깝다.

개불은 단백질이 풍부한 데다 혈전을 용해하는 성분도 포함돼 있어 고혈압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스파라긴 같은 영양소가 포함돼 있어 숙취 해소와 간 보호에 도움을 준다. 아울 헤모글로빈을 포함한 혈액을 갖고 있어 철분 함량이 높다. 고단백 저지방 식재료로도 주목받는다. 이러한 영양학적 이점과 더불어 독특한 맛과 식감은 개불을 특별한 해산물로 만든다.

개불이 외국에서 식용으로 소비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독특한 생김새로 인해 시각적 거부감을 주기 때문이다. 개불은 거죽이 벗겨진 동물의 주요 부위와 닮았다. 이 때문에 서양 문화권에서는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둘째, 손질 과정에서 나오는 피 때문이다. 개불을 자를 때 쏟아지는 붉은 피와 내장을 외국인들은 그로테스크하게 여긴다. 손질이 까다로워 비린 맛을 없애는 데 신경을 써야 하는 점도 개불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개불은 대부분 자연산이다. 서해와 남해, 동해 전역에서 잡힌다. 특히 남해안에서 잡히는 개불은 크기와 맛이 뛰어나 고급 식재료로 평가받는다. 진해, 삼천포, 여수 등의 개불은 색이 밝고 신선도가 높아 전국적으로 인기가 많다. 중국산 개불은 크기가 작고 맛이 떨어지는 편이다. 다만 가격이 저렴해 다른 음식에 곁들여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개불을 구매할 때는 색이 균일하고 물을 많이 머금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개불은 제철인 겨울에 특히 맛이 좋다. 이 시기에는 살이 단단하고 식감이 뛰어나 바다의 신선한 향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개불은 낚시 미끼로도 곧잘 활용된다. 감성돔 낚시에서 대체 미끼로 쓰인다. 단단하고 잡어가 잘 꼬이지 않아 낚시꾼들에게 선호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