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생소한데 정작 일본인들은 환장한다는 '서울 로컬 푸드'

2025-01-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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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장관 덕분에 유명해진 '닭 한 마리'

한국 음식이지만 정작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음식이 있다. 정작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에 방문하면 꼭 맛봐야 하는 K-푸드로 알려진 음식과 그 유래에 대해 알아본다.

닭 한 마리 요리 / photohwan-shutterstock.com
닭 한 마리 요리 / photohwan-shutterstock.com

수도권에 살거나 종로, 동대문에 자주 방문한다면 '닭 한 마리'라는 음식에 대해 들어봤을 거다. 맑은 육수에 닭고기와 파와 감자, 떡 사리, 칼국수 사리를 넣고 끓여 먹는 닭 한 마리는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사랑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닭 한 마리는 서울 사대문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방 사람을 비롯해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닭 한 마리에 관해 처음 듣는 경우가 많다. 2019년 미국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닭 한 마리를 먹었다는 뉴스를 보고 이 음식에 대해 처음 알았다는 한국 사람들도 많았을 정도다.

치킨이나 닭볶음탕 등 닭으로 만든 여타 화려한 요리보다 만들기도 쉽고 맛도 단순한 닭 한 마리가 더 사랑받게 된 이유는 뭘까.

닭 한 마리는 다른 한국 음식처럼 맵지 않다. 게다가 세계 어디에나 있는 닭 국물 요리의 맛과 비슷해 외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음식이다.

외국인 중에서도 특히 일본인에게 인기가 높다. 일본의 일부 음식점에서는 이미 닭 한 마리가 한국식 이름 그대로 판매되고 있다. 일본인들에게 식사류나 술안주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닭고기를 전골로 끓이는 '미즈타키'라는 요리와 접점이 있어 더욱 인기가 많은 것으로 추측된다.

닭 한 마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hotohwan-shutterstock.com
닭 한 마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hotohwan-shutterstock.com

닭 한 마리는 1970년대 후반 동대문에서 시작됐다. 의류 상가가 들어찬 빌딩이 즐비한 동대문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전인 1970년에 종로 6가 전차 차고지에 동대문종합시장이 들어섰다. 당시 동대문평화시장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원단의 80%가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장소일 만큼 물류의 중심지였다. 이로 인해 시장 상인이나 손님, 미싱사들이 급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들이 뒷골목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72년 동대문종합터미널이 건설되며 물류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터미널이 생기자 먹자골목이 형성됐다. 당시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닭칼국수가 인기 메뉴였다고 한다. 이에 시장 상인들은 닭칼국수 외에도 여럿이 안주로 먹을 수 있는 삶은 닭을 안주로 팔기 시작했다. 이후 이 삶은 닭 요리는 바쁜 동대문 시장 상인들과 버스 시간을 기다리던 손님들이 술을 시켜놓고 안주로 간단하게 먹기 제격인 인기 메뉴로 거듭났다. 이 닭 요리가 바로 오늘날의 닭 한 마리다.

닭 한 마리로 불린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각자 일과 버스 시간에 쫓기던 손님들이 요리를 주문할 때 "닭 한 마리"라고 외치면서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이 요리를 '닭 한 마리'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식당에서 '물냉(물냉면) 하나, 된장(찌개) 하나'라고 손님들이 부르기 쉽도록 임의로 붙인 이름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동대문 인근에 남은 닭 한 마리 식당 중 가장 오래된 곳은 '진옥화 닭한마리'다. 그러나 식당에 불이 난 뒤 2009년 2월 재건축됐다. 이 집 또한 처음에는 지금의 닭 한 마리가 아닌 닭칼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었다.

닭 한 마리 요리는 집마다 거의 비슷하지만 닭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나 육수, 요리에 넣는 부재료 등이 조금씩 다르다.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도 엄나무, 인삼 등 식당마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면 소스의 주재료인 고춧가루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맵기만 중요한 게 아니라 매우면서도 풍부한 미감과 감칠맛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유튜브, 살림팝

◆ 닭 한 마리 즐기는 방법

큰 양푼에 육수를 가득 붓고 그 속에서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끓인다. 닭은 서빙될 때 살짝 삶은 상태로 나오지만 식탁 위의 간이 가스레인지 위에서 다시 한번 끓인 뒤 먹는다. 감자와 떡, 대추, 버섯 등 부재료들의 맛이 우러나 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끓인 고기와 부재료들을 건져 먹은 뒤 남은 육수에 칼국수 사리를 넣어 끓여 먹는 것이 닭 한 마리를 즐기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 닭 한 마리 골목 위치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8, 9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다 기업은행 건물을 끼고 좌회전하면 나오는 일방 통행길의 중간쯤 오른쪽에 있는 '덕성각'이라는 중국 요릿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닭 한 마리 골목 위치, 구글맵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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