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지만…명절에 가족 간 싸워도 '잘' 화해하는 방법
2025-01-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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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가족 간 갈등 대처법
온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 오랜만에 부모님을 뵐 생각에 반갑다가도 지난 명절에 싸운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면 정신건강의학과의사 오은영 선생님의 조언을 기억하자. 가족은 해결하는 게 아니라 다루고 살아야 한다.
명절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지만 그만큼 원치 않는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오랜만에 보는 사이라면 그간 서로에게 생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싸움이 더 크게 번질 수도 있다. 이럴 때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몇 가지 갈등 대처법을 알아보자.
1. 개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관리하기
가족 간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먼저 인식한 뒤 내 마음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김영훈 교수는 "명절 기간에는 감정이 격해지기 쉽다"라며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를 파악하고 감정을 표출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명절에 가족 간 갈등이 더 커지는 이유에 관해 "가족은 그 자체로 개인의 감정과 신경을 자극하는 중요한 집단"이라며 "오랜 관계 속에서 서로에 대한 기대와 갈등이 쌓여 있기 때문에 작은 불만이 쉽게 폭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갈등 상황에서 즉각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라.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상황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내가 느끼는' 형태로 표현해라. 예를 들어 "너는 항상 나를 무시해"보다 "내가 이렇게 느꼈어"라고 '나 화법'으로 말하는 것이 덜 공격적으로 들리고 전달이 잘 된다.
2. 소통을 통한 이해 증진
가족 간 갈등의 많은 부분은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대화가 오가지만 대화 내용이 건설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충돌을 일으킬 때가 더 많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박지영 교수는 "가족들끼리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감정을 이해하려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중간중간 "그렇게 느꼈구나"라는 식으로 공감을 드러내는 표현을 하자. 이는 상대방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 논쟁이 심해지기 전에 주제를 바꾸거나 대화를 잠시 멈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선입견은 버리고 개방적인 태도 유지
가족 사이에서는 오래된 선입견이나 편견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선입견이 갈등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극복하려는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권순배 교수는 "가족 내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 가족 구성원 간의 차이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비교나 평가는 자제하자.
◆ 과거의 갈등을 되살리기보다 현재의 상황을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게 좋다.
4. 정해진 역할에 구애되지 않기
명절에는 특정한 역할 분담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정된 역할에 집착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만약 '누군가는 항상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민 교수는 "명절 동안 서로 역할을 나누고 때로는 자신이 맡지 않은 일을 자발적으로 돕는 것이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 명절 준비나 집안일을 고정된 패턴으로 진행하지 말고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자.
◆ 명절에 대한 기대감은 내려놓고 서로에게 여유를 주자.
5. 갈등이 일어나면 침착함을 유지하자
갈등이 이미 일어났다면 우선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쏟아내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최윤정 교수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 갈등 상황에서는 잠시 자리를 피해 감정을 진정시키고 냉정하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라.
◆ 문제 해결에 있어 공격적인 언어나 비난은 피하고 '우리'를 중심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아무리 크게 싸웠더라도 개개인의 감정이 조절된 상태에서만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이때 중요한 건 '나'라는 주어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김영훈 교수는 "갈등을 풀기 위한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비난의 어투를 피하고 자신의 느낌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갈등 후에는 빠른 사과와 감정 표현이 관계 회복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소한 사과와 감정의 표현은 갈등을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다. 단순히 "미안하다"는 말로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의미를 전달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 갈등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더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금씩 타협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게 화해의 첫 단추를 채우는 일이다. 완벽하게 맞춰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고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다 보면 그 과정이 화해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 화해 후에는 앞으로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긍정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의 기대를 조율하고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관계를 더 깊어지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