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입었다가 고개 숙인 '이 표식'…이제 함부로 쓰면 벌금 1억 때린다

오는 4월부터 약국과 병원 등에서 빨간 십자(+) 모양의 ‘적십자 표장’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적십자 표장이 상표법의 보호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루어지는 변화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9일 특허청으로부터 적십자 표장의 상표 등록에 관한 ‘출원공고 결정서’를 받았다고 23일 발표했다. 이 출원공고는 특허청이 심사를 통해 상표 등록을 거절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일반에 공고하는 절차로, 현재 공고는 2개월 간의 이의 신청 기간이 진행 중이다. 만약 이 기간 동안 이의가 제기되지 않으면, 적십자 표장은 공식적으로 상표로 등록된다.

특허청은 이미 병원, 약국, 의료기기 관련 상품군에 대해 출원공고 결정을 내린 상태이며, 의약품 상품군에 대해서도 출원 공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상표로 등록된 적십자 표장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상표법에 의해 최대 7년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적십자 표장이 상표법 보호를 받게 되면서, 그 상징성을 훼손하는 무단 사용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강화된 결과다.

적십자사는 지난해 적십자 표장이 사용되는 의약품, 의료기기, 병원, 약국 등의 상품군에 대해 상표 등록을 출원하며 표장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강화하고자 했다. 적십자 표장, 적신월, 적수정 등은 국제적십자 운동의 상징으로, 무력 충돌이나 재난 상황에서 인도적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표식이다. 이러한 표장은 오직 인도주의적인 활동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국내외 법에 의해 그 사용이 제한돼 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조직법에 따르면 적십자 표장을 적십자사나 군 의료기관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최대 1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기존의 법적 제재가 미약해 병원과 약국, 의약품·의료기기 업체 등에서 적십자 표장을 무단으로 사용해 온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 대한적십자사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 관계자는 “상표 등록이 완료되더라도 당장 상표법 위반으로 사업자를 고소할 계획은 없으며, 강화된 법적 보호를 바탕으로 캠페인과 계도를 통해 올바른 사용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과거 유명 걸그룹 (여자)아이들이 적십자 표장이 새겨진 의상을 무단으로 사용해 논란이 일어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KBS2 ‘뮤직뱅크’ 무대에서 (여자)아이들은 적십자 표장이 포함된 의상을 착용하고 신곡을 선보였다.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해당 소속사는 “무대 의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하고, 대한적십자사와 연락해 사과했다”며, “향후 재발 방지와 후속 조치를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소속사는 대한적십자사에 5000만원을 기부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적십자 표장의 상표법 등록은 이제 단순한 상징 보호 차원을 넘어, 무단 사용에 대한 법적 제재와 함께 보다 강력한 보호 장치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적십자 표장을 사용한 불법적인 상업적 활동에 대한 억제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