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좋다…개봉 시기 확정도 전에 해외서 반응 터진 베스트셀러 원작 '한국영화'

2025-01-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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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출간된 구병모 작가 '파과' 원작 영화

전 세계가 열광한 한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국내 개봉 시기도 확정되기 전 해외 유명 영화제에 초청되며 벌써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 '파과' 공식 포스터 / (주)NEW 제공
영화 '파과' 공식 포스터 / (주)NEW 제공

13개국에 수출되며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책 100선'에 오른 구병모 작가의 장편 소설 '파과'를 원작으로 한 영화 '파과'가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베를리네 스페셜(Berlinale Special)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구병모 작가의 '파과'는 2018년 출간된 후 국내 베스트셀러로 등극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다. 영화 '파과' 이전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할 정도로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신성방역'에서 40년간 활동 중인 레전드 킬러 '조각'과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숨 막히는 핏빛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파과'가 공식 초청된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다음 달 13일~23일 개최된다. 베를리날레 스페셜 섹션은 다채로운 매력과 재미로 영화계에 신선함을 선사할 작품들이 초청되는 부문이다.

특히 민규동 감독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이후 '파과'로 다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탄탄한 연출력을 입증했다.

'파과'에는 영화 '소설가의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등 다수의 드라마와 연극에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아 온 배우 이혜영이 '조각'을 맡는다.

또 영화 '댓글부대', '올빼미', OTT 시리즈 '지옥' 시즌2,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드라마 '그 해 우리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올라운더 김성철이 '투우'를 연기한다.

여기에 영화 '특송', OTT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등 다수의 화제작에 출연한 배우 연우진, 영화 '범죄도시' 시즌4, '보이스', '악인전', OTT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 2·3, '소년심판' 등 장르 불문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배우 김무열과 영화 '마녀 Part 2. The Other One'에서 맹활약해 대세 신예로 떠오른 배우 신시아 등도 출연한다.

'파과'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국내 개봉일을 확정할 예정이다.

영화 '파과' 공식 포스터 / (주)NEW 제공
영화 '파과' 공식 포스터 / (주)NEW 제공

◆ 소설 '파과' 탄생 배경, 뜻,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소설에서 조각은 한때 날카롭고 빈틈없는 깔끔한 마무리로 이름을 떨쳤으나 늙으면서 실력이 녹슬자 퇴물 취급을 받는다. 40년간 킬러로 활동하며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되뇌어 온 조각의 다짐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킬러라는 직업 특성상 항상 냉철한 이성을 지켜야 했던 조각의 눈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 고통이 들어오며 변화가 일어난다.

구병모 작가는 소설이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그는 "뭉크러져 죽이 되기 직전인 갈색의, 원래는 복숭아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물건", "달콤하고 상쾌하며 부드러운 시절을 잊은 그 갈색 덩어리", "최고의 시절에 누군가의 입속을 가득 채웠어야 할, 그러지 못한, 지금은 시큼한 시취를 풍기는 덩어리"를 보고 '파과'를 구상했다고 했다.

'파과'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다. 부서진 과일, 흠집 난 과실이 첫 번째 의미이고 다른 의미는 여자 나이 16살 이팔청춘, 즉 가장 빛나는 시절을 뜻한다. 소설은 우리 모두 깨지고 상하고 부서지는 '파과'임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모든 상실도 기꺼이 살아내리라 의연하게 결심할 때 비로소 '파과'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소설 '파과'는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찬사다.

◆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되는 '파과' 속 인물들의 처절한 서사

소설 '파과'가 호평받은 이유 중 하나는 단연 인물들의 서사다. 조각의 삶에는 정(情)이라는 것은 없었다. 살인청부업자로서 정은 가져서도, 탐해서도 안 되는 금기의 감정이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들이 굳게 닫힌 조각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며 타인을 죽여야만 자신이 살 수 있던 인생에서 보통의 인간이 사는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뒤 싸늘하게 숨진 아버지를 발견한 뒤 삶의 궤적이 완전히 바뀐 투우가 살인청부업자 조각으로 인해 겪는 심정의 굴곡진 변화도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주인공의 직업이 킬러인 이상 잔인한 묘사는 피해 갈 수 없지만 '파과'는 그마저도 묘하게 서글프고 처연하게 그린다. '파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주인공의 삶을 이해하고 싶게 하는 힘을 가졌다.

◆ 해외에서 인정받은 작품성

한국 소설이 해외 유명 문학상을 받지 않았음에도 외신을 통해 주목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2022년 '파과'를 주목할 신간으로 꼽았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봉준호 감독의 2019년 영화 '기생충'과 황동혁 감독의 2021년 TV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킨다"라고 극찬을 내렸다.

어두운 이야기지만 웃음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 덕분에 "만화 같은 액션과 오싹한 장면을 버무려 더 넓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북적거리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국경을 넘어 공감을 끌어내는 책"이라며 "사회에서 무관심을 받는 노인들, 그리고 살아있어도 무가치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을 잘 그려내고 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나이 듦이라는 인생의 도전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를 탐구하는 소설"이라며 10권의 추천 도서 중 하나로 꼽았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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