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국밥... 손님이 많아져서 문 닫을 판이라는 유명 맛집의 사연

2025-01-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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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 “제발 손님 그만 왔으면…” 한숨

단출한 식당 내부. /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단출한 식당 내부. /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호의가 되레 민폐가 됐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 온라인에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1년 전 인천 지역의 맛집과 술집을 탐방하는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따뜻한 인심의 신상 국밥집을 소개하는 아이템이었다.

유튜버가 이 식당을 찾아간 이유는 극강의 가성비 때문.

밥을 공짜로 제공하는 국밥집은 간혹 발견할 수 있지만, 밥도 무한인데 국밥 안의 건더기까지 리필해주는 식당을 기대하는 건 양심 불량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착한 식당이 인천 연수동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숨어 있었다.

그렇다고 국밥 가격이 비싸냐? 전혀 그렇지 않다. 순댓국 한 그릇에 19세 미만은 6900원, 19세 이상 어른은 7900원이었다. 가격도 저렴한데 공깃밥은 물론 모든 품목이 무한리필이다.

그렇다면 맛이 없는 거 아니냐? 그건 더더욱 아니었다.

이하 7900원짜리 국밥. /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이하 7900원짜리 국밥. /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모듬국밥을 시킨 유튜버는 순대를 비롯한 각종 부속 고기들이 종류가 다양하게 투하된 것에 1차 감동 받았다. 기본적으로 건더기 양이 많았다. 웬만한 만원짜리 국밥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 묵직함과 깔끔함의 중간 지대인 맛도 합격점이었다.

리필되는 건더기. /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리필되는 건더기. /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이 정도면 고기 리필이 굳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유튜버는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기 추가를 해봤다.

영상이 나간 지 두세달 뒤 해당 영상에 "뒤늦게 영상 보고 방문했는데 리필이 안 된다"며 아쉬워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해진 유튜버가 재차 국밥집을 찾아가니 영업 방침이 변질돼 있었다. 가격은 그대로였지만 고기 추가는 2000원씩을 받고 있었다.

가게 주인의 말 못 할 고충이 있었다.

무한리필되는 밥. /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무한리필되는 밥. /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애초 고기 리필 취지는 국밥에 소주 한잔하시는 동네 주민들에게 안주 모자라지 않게 하려는 소소한 배려였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이 업로드되고 외부 손님들이 대거 찾으면서 주인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손님이 많이 늘었지만 오히려 적자를 봤다. 진상 손님들 탓에 영상 나가고 두 달간 월세를 못 냈다고 한다.

얌체 고객이 포식하고 남기고 간 산더미 같은 공깃밥. 가게 사장님이 찍은 사진. /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얌체 고객이 포식하고 남기고 간 산더미 같은 공깃밥. 가게 사장님이 찍은 사진. / 유튜브 채널 '그린바틀TV'

주인은 유튜버에게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한 손님은 이런 식으로 밥을 3~4번 먹더니 마지막에는 그대로 남기고 가버렸다"고 하소연했다.

또 어떤 날은 단체 손님들이 승합차 타고 우르르 몰려왔는데 전부 처음부터 작정하고 고기를 계속 리필하더니 죄다 잔뜩 다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오죽했으면 '손님이 그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주인에게 유튜버는 "죄송하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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