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 깨물어 절단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당사자가 한 말
2025-01-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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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중형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자의 혀를 깨문 여자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런데 가해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기이한 재판이 한국에 실제로 벌어졌다.
60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 씨의 재심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22일 부산고법에서 열렸다.
최 씨는 18세 때인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당시 21세) 씨의 혀를 깨물어 1.5cm가량 절단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중상해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가해자인 노 씨는 강간미수 혐의를 제외하고 특수주거침입 및 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받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최 씨는 6개월 동안 구금생활을 해야 했다.
최 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검찰과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사건 당시 최 씨가 소리를 지를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고, 피해 장소까지 스스로 따라갔다며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형법 교과서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피해를 입은 해로부터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최 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하던 시기에 용기를 얻은 최 씨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자백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무죄로 볼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최 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3년 넘는 심리 끝에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최 씨가 검찰 소환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약 두 달 동안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정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후 3년간의 심리 끝에 최씨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이 충분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당시 사건 관련 판결문, 신문 기사, 재소자 인명부, 형사 사건부, 집행원부 등 추가적인 법원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2일 부산고법에서 열린 재심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최 씨는 자신이 검사를 만나기 전부터 수갑이 채워졌고, 1평 남짓한 방에 감금됐으며, 조사 이후에는 부산교도소로 이송됐다고 증언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았는지 묻는 물음엔 "아버지가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말한 기억은 있지만 실제로 변호사가 동석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최 씨 변호인 측은 "검찰 수사 당시 최 씨가 불법 체포와 감금을 당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재심 개시를 요청했다. 검찰 측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존중하며, 최 씨의 진술과 당시 신문 기사 등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재심 개시에 동의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10일 동안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던 과거 판례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