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전부터 먹었는데... 아직도 한국인은 누구나 좋아하는 전통 한국요리

2025-01-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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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꿩고기로 국물을 냈다는 한국 요리

떡국 / 연합뉴스
떡국 / 연합뉴스
설날이 다가오면 많은 가정에서 준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떡국이다. 떡국은 단순한 명절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서 떡국을 먹는 것은 새해의 시작을 알리고, 새로운 한 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중요한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떡국에 담긴 전통과 역사, 그리고 다양한 종류와 영양, 그리고 떡국을 섭취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떡국 / 연합뉴스
떡국 / 연합뉴스

떡국의 역사는 최소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00년대 초반에 쓰여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설날 아침에 떡국을 먹는 풍습이 이미 자리 잡혔다고 기록돼 있다. 떡국은 예전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떡이라는 음식이 가진 상징적인 의미에서 비롯했다. 전통음식 중 하나인 떡을 통해 한국인들은 길고 건강한 생명을 기원했다. 떡국을 먹음으로써 한 살을 더 먹고,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 떡국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한 끼를 먹는 것 이상의 의례적 의미를 가지며, 가족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떡국은 오랜 전통과 함께 새해를 기념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설날 음식인 만두와 함께 떡국은 조상들의 의미 깊은 음식 문화 중 하나로 오래도록 전해져왔다.

‘동국세시기’은 떡국을 ‘백탕(白湯)’ 혹은 ‘병탕(餠湯)’이라고 적었다. 겉모양이 희어서 백탕이라 했으며, 떡을 넣고 끓인 탕이라 하여 병탕이라 했다. 또 나이를 물을 때 “병탕 몇 사발 먹었느냐”고 하는 데서 유래하여 ‘첨세병(添歲餠)’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기록에서 떡국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 새해를 맞이하는 의례적인 음식으로 중요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통 설날 아침에 떡국으로 조상제사의 밥을 대신하여 차례를 모시고, 그것으로 밥을 대신해서 먹는다. 떡국이 설날의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떡국의 유래에 대해서는 오래된 문헌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시기를 가리기 어렵지만,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상고시대(삼국시대 이전)의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飮福)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했다. 이로 미뤄 떡을 주식으로 먹던 시대의 관습이 현재까지 내려온 것으로 여겨진다. ‘동국세시기’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는 떡국에 대해 정조차례와 세찬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음식이고 설날 아침에 떡국을 먹는 것이 필수적이었다고 적었다.

떡국을 만드는 법은 지역과 가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조리법은 비슷하다. 다만 가래떡을 준비하는 과정은 과거와 지금이 매우 다르다.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방앗간에서 기계로 가래떡을 뽑아내지만, 기계가 없던 옛날에는 마당에 안반을 두고 남자들이 떡메로 떡을 쳐서 가래떡을 만들었다. 떡을 쳐서 길고 얇은 가래떡을 만든 후 손으로 길게 늘려 냈다. 그 떡은 손에 물을 묻혀가며 늘려서 길쭉하게 만들고, 떡이 식으면 어슷하게 썰어 떡국에 넣었다. 이처럼 과거에는 손으로 만든 떡을 사용했기 때문에 떡의 질감과 맛이 기계로 만든 것과는 다른 특유의 풍미를 지녔다.

떡국의 국물을 만드는 주재료는 원래 꿩고기였다. 고려 후기에는 원나라의 풍속에서 배워온 매사냥이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놀이로 자리 잡으면서 꿩으로 국물을 만든 떡국이나 만둣국이 고급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꿩고기를 구하기 어려운 일반인들은 닭고기로 떡국의 국물을 내기도 했다. 현재 떡국 국물은 대부분 소고기로 만든다. 소고기가 쉽게 구해지기 시작하면서 떡국의 국물에 소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꿩고기를 사용한 떡국을 전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떡국을 끓이는 방법은 지역마다 약간씩 다르다. 방신영의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 따르면, 소고기의 살코기를 가늘고 얇게 썰어 산적을 만들어 구워 놓고, 질긴 부분은 국물을 끓이는 데 사용한다. 떡은 흰떡을 한 푼 두께로 어슷하게 썰어 놓고, 계란은 황백을 구분해 각각 부쳐서 골패쪽처럼 얇게 썰어 둔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떡을 넣고 떡이 떠오를 때까지 끓인다. 떡이 떠오르면 합이나 대접에 담고, 산적과 지단을 얹어서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떡국의 국물 맛은 물론, 고명으로 올린 산적과 지단이 국물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든다.

꼭 이렇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 소고기는 핏물을 빼고 삶아서 육수를 만든다. 이때 무를 함께 넣으면 국물 맛이 더욱 깊어진다. 삶은 고기는 잘게 찢어두고, 가래떡은 어슷하게 썰어 물에 담가 불린다. 육수가 우러나면 불린 떡을 넣고 끓이다가 떡이 말랑해지면 고기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달걀을 풀어 넣고, 파를 썰어 넣은 뒤 김 가루를 올려 완성한다.

현대에 들어와선 떡국 종류도 많아졌다. 김치를 넣은 김치떡국, 해물을 넣은 해물떡국, 버섯을 넣은 버섯떡국 등 개인의 취향에 맞춰 즐길 수 있는 레시피가 많아졌다. 소고기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굴이나 매생이를 넣어 끓이기도 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사골육수를 이용하면 육수를 따로 내지 않고 간편하게 끓일 수도 있다. 이미 양념이 돼 있기에 떡을 넣고 끓여서 간만 맞추면 된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소 육수를 사용한 떡국이나, 저염식을 위한 건강식 떡국 등 건강을 고려한 레시피도 개발됐다. 최근에는 퓨전 스타일의 떡국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카레 떡국, 크림 떡국 등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매생이 떡국 / '아따아줌마TV_전라도할매 전통요리' 유튜브 영상 캡처
매생이 떡국 / '아따아줌마TV_전라도할매 전통요리' 유튜브 영상 캡처

지역에 따라 떡국에 들어가는 떡의 모양이 다를 수 있다. 개성에서는 흰떡을 가늘게 빚어 3㎝ 정도로 끊고 가운데를 잘록하게 만들어 끓인 ‘조랭이떡국’을 먹기도 한다. 충청도에서는 익반죽한 쌀가루를 도토리 크기로 둥글게 빚어서 ‘생떡국’으로 불리는 떡국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지역별로 다양한 떡국의 변형이 존재하는 것은 각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반영한 결과이다.

떡국의 영양가치도 주목할 만하다. 쌀로 만든 가래떡은 탄수화물을 공급하며, 소고기는 양질의 단백질과 철분을 제공한다. 달걀은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으며, 파와 김 등의 고명은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준다. 특히 추운 겨울철에 따뜻한 국물은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며,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라 노약자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떡국의 재료들은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떡국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가래떡의 높은 탄수화물 함량 때문에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국물의 나트륨 함량을 고려해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소화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기름진 고명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글루텐 민감성이나 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현미나 잡곡으로 만든 가래떡을 사용하거나, 저염 육수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카레 떡국 끓이는 법을 소개하는 '맛있는 힐링쿡' 유튜브 채널.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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