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세균에 맞서 싸우는 '면역세포'…“혈당 조절하는 역할도 해”

간헐적 단식이나 운동을 해 혈당이 낮아졌을 때 땐 면역세포가 장에서 췌장으로 이동한 뒤 혈당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글루카곤을 만드는 세포를 자극해 혈당을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7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샹팔리모센터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앙리케 베이가-페르난데스 박사는 "면역시스템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경계, 면역계, 호르몬계 등 3자 대화에 끼어들어 '우체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예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장기 사이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정 면역세포(ILC2)가 없는 생쥐를 통해 면역세포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면역세포는 췌장에 도착해 사이토카인을 방출, 췌장세포에 글루카곤 생성을 촉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은 신경계에 의해 조정되며, 단식 중 뇌와 연결된 장의 뉴런이 면역세포에 신호를 보내 췌장으로 이동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세포에 문제가 생기면 혈당이 급격히 떨어져 치명적인 쇼크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면역시스템은 밖에서 침입한 세균 등의 감염과 싸우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면역시스템은 이에 그치지 않고 유사시 혈당 조절에 개입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간헐적 단식이나 운동처럼 에너지 수준이 떨어진 상태가 되면 면역세포는 장에서 췌장으로 이동해 혈당 수치를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세포가 단식·운동으로 인한 저혈당 쇼크를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베이가-페르난데스 박사는 "어떤 감염이 없는데도, 간헐적 단식이나 운동 땐 면역세포가 장에서 췌장으로 대량 이동한다"며 "면역세포는 외적의 침입을 물리치는 전투군 외에 긴급 구조대원 역할도 한다. 중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시급할 땐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걸 이번 연구는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혈당을 조절한다. 인슐린은 포도당의 세포 내 흡수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고, 글루카곤은 간에 저장된 포도당을 방출하라는 신호를 보내 혈당을 높인다.

포도당은 뇌와 근육에 매우 중요한 연료다. 혈당 수치의 안정적인 유지는 생존에 필수적이다. 에너지 요구량은 많지만 음식 섭취량이 적은 단식이나 장시간의 운동 등 신체활동을 할 땐 특히 그렇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비만, 암 등 질병 관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베이가-페르난데스 박사는 "면역학은 수십 년 동안 면역과 감염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면역체계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걸 이번에 새로 알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