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는 같은데 유독 저렴한 두루마리 휴지... 소비자들 모두 속고 있었다
2025-01-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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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만들어 소비자들 기만?
국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도네시아산 화장지들이 국산보다 두께가 얇고 훨씬 가벼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머니투데이가 21일 보도했다. 두루마리 휴지의 경우 길이(30m)만 표기하는 관행을 이용해 수입산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 국내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머니투데이는 한국제지연합회와 시중에서 판매 중인 두루마리 휴지들의 무게를 측정했더니 인도네시아산 휴지 두 제품의 무게가 국산 4개 제품에 비해 훨씬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제지기업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의 원단으로 제작된 두 제품은 각각 평량(휴지의 단위면적당 무게)이 41.64g/㎡와 40.05g/㎡으로, 국산 제품보다 적게는 5%, 많게는 20% 이상 낮았다. 이는 한국산업표준(KS) 권장 기준인 42g/㎡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산 제품 중 미래생활의 '잘풀리는 집 퀄팅 롤화장지'는 50.11g/㎡, 유한킴벌리의 '크리넥스 3겹 순수 소프트 천연펄프 롤화장지'는 45.29g/㎡로 측정됐다.
다만 일부 국산 제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국산 제품의 평량은 41.52g/㎡으로, 인도네시아산보다도 낮았다.
매체에 따르면 평량은 화장지 두께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척도다. 평량이 낮을수록 얇고 찢어지기 쉽다. 인도네시아산 휴지 중 하나는 국산 제품인 '잘풀리는 집 퀄팅 롤화장지'에 비해 평량이 79.5% 수준에 불과했다. 국산 제품을 4겹 사용할 때 이 휴지는 5겹 이상 사용해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산 휴지들의 평량이 낮은 이유는 APP 등 기업들이 휴지 원단을 얇게 만들어 한국 시장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 원단은 작은 크기로 재단하거나 무늬를 넣는 엠보싱 공정을 거쳐 완제품으로 가공된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휴지 원단은 약 60만 톤에 달하며, 이 중 약 30%가 수입산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이는 수입산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산 휴지들은 국내 제품보다 최대 40%까지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가격 차이는 평량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크다. 하지만 현행법상 두루마리 휴지의 평량은 필수 표기 항목이 아닌 까닭에 제조사들은 기존 관행대로 길이만 표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제품의 품질 차이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현재 조달청은 입찰 시 평량 기준을 명시해 저품질 휴지가 납품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나 온라인 시장에서는 이런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부 대형마트만이 KS 권장 기준을 초과하는 제품만을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제지업계 관계자는 “국산 휴지는 원료 조달, 인건비, 전기료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인도네시아산 휴지의 평량과 원산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