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아니다… 한국 편의점서 대세로 떠오른 의문의 '중국 음식'

2025-01-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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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형태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중국 음식'
거리 음식으로 시작해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식

한국 편의점에서 대세로 떠오른 중국 음식에 관심이 쏠린다. 마라탕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최근 매콤새콤한 맛의 중국 음식인 쏸라펀(酸辣粉)이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거리 음식으로 시작해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쏸라펀은 이제 편의점에서도 컵라면 형태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제품에서는 마라탕과 쏸라펀이라는 명칭을 혼용해 표기하지만, 실제 내용물은 쏸라펀에 가깝다. 마라탕과 달리 쏸라펀은 신맛과 매운맛이 특징인 쏸라탕에 당면을 넣어 먹는 음식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쏸라펀 자료 사진. / SuradechKKPB-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쏸라펀 자료 사진. / SuradechKKPB-shutterstock.com

쏸라펀의 이름은 그 맛을 그대로 반영한다. ‘신맛’을 뜻하는 ‘산(酸)’과 ‘매운맛’을 의미하는 ‘랄(辣)’이 합쳐진 쏸라탕에 당면(粉)을 넣어 만든 음식이다. 얼얼하고 매운 마라탕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쏸라펀은 고유의 개성을 가진 별개의 요리다.

쏸라펀은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등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다. 주로 시장이나 노점에서 한 끼 식사 또는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이런 점에서 쏸라펀은 값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쏸라펀의 기원은 사천성 성도(成都)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천성의 한 노점상이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당면을 신맛 나는 식초, 매운 고추기름, 간장, 다진 고기 등과 함께 조리해 판매했고, 이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음식은 이후 사천성을 넘어 호남성과 귀주성 등 서남 지역으로 퍼져 발전했다. 이런 유래는 음식 문화사와 접점을 이뤄 전해졌다. 다만, 기록이 명확히 남아 있지 않아 사실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쏸라펀이 거리 음식에서 출발해 대중적인 요리로 자리 잡은 점은 중국 음식 문화를 잘 나타낸다.

쏸라펀의 핵심은 쏸라탕이라는 국물이다. 이 국물은 신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뤄 독특한 맛을 낸다. 신맛을 책임지는 식초는 중국 전통 요리에서 매우 중요한 조미료다. 식초는 입맛을 돋우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여겨졌다.

그 때문에 오랜 세월 건강에 좋은 식재료로 사용됐다. 또한 매운맛을 내는 고추는 체온을 높이고, 땀을 배출하며 몸의 습기를 제거한다고 알려져 있다. 청나라 시기에는 쏸라탕이 감기와 같은 질환을 치료하거나 식욕을 돋우는 음식으로 사용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쏸라펀 자료 사진. / LI CHAOSHU-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쏸라펀 자료 사진. / LI CHAOSHU-shutterstock.com

고추가 중국에 전해진 시기는 17세기 초반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로 추정된다. 고추가 전해지기 전에는 후추나 산초 같은 매운맛 조미료가 사용됐다. 후라탕(胡辣湯)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후추와 식초로 맛을 낸 국물 요리다.

후라탕은 12세기 송나라 때 처음 등장했고, 황제와 귀족들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당시 후추는 금과 비슷한 가치를 가진 향신료로 매우 비쌌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추가 값비싼 후추를 대체했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쏸라탕이 대중화된 것으로 보인다.

쏸라펀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당면이다. 당면은 녹두, 고구마, 감자 등 다양한 전분으로 만드는 중국식 국수다. 중국어로 ‘펀(粉)’이라고 불리는 당면은 국수의 재료에 따라 분류된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면(麵)’, 쌀로 만든 국수는 ‘선(線)’으로 부른다. 전분으로 만든 국수는 ‘펀’이다. 우리가 흔히 당면이라 부르는 국수가 바로 이 ‘펀’이다.

중국에서 당면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300년 전 산동성 연태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녹두를 갈아 전분을 추출해 당면을 만들었는데, 재료가 귀했기 때문에 흔하지 않았다. 이후 18~19세기 대기근 시기, 고구마가 구황작물로 자리 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구마는 값싸고 널리 퍼진 농작물로, 고구마 전분을 활용해 만든 당면은 이전보다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고구마 당면은 녹두 당면보다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도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다.

사천성 성도의 노점상이 고구마 당면과 쏸라탕을 결합해 쏸라펀을 만들어낸 배경에는 이런 역사적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쏸라펀은 본래 고급 음식으로 여겨지던 쏸라탕과 당면을 재해석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 음식으로 만든 사례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당면 자료 사진. / vitals-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당면 자료 사진. / vitals-shutterstock.com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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