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만 나는 줄 알았는데... 생산지 이어 과일색깔마저 확 바뀌어버린 한국 과일

2025-01-1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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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껍질 품종 등장... 충북에서까지 생산되는 한국 과일

그린향 수확 장면. / YTTN 뉴스 영상 캡처
그린향 수확 장면. / YTTN 뉴스 영상 캡처

기후 변화가 감귤류의 색과 함께 생산지마저 바꾸고 있다.

한국 기후가 아열대화되면서 감귤이 노랗게 익는 시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과일은 밤에 기온이 내려가 일교차가 커져야 색이 제대로 든다. 지난여름처럼 늦더위가 이어지고 밤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귤이 예전처럼 노란빛을 내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농업 연구기관들이 기후변화 속에서도 품질이 좋은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 감귤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당도가 낮은 극조생 감귤(8월이나 9월에 수확하는 감귤)을 개선한 그린향 품종이 등장했다. 껍질이 초록색일 때도 맛있다는 점을 알리려고 그린향이란 이름을 붙였다. 껍질이 노랗지 않아도 과육이 달다는 특징이 있다.

그린향 /  제주농협 제공
그린향 / 제주농협 제공

기후변화는 감귤 품질 기준도 바꿨다. 전체 감귤의 50% 이상이 노랗게 착색돼야 유통 가능하다는 기준이 지난해 폐지됐다. 제주도가 감귤 생산 및 유통 조례를 개정해 착색 기준을 없앴다. 이제는 당도만 충족하면 초록색 감귤도 시장에서 유통할 수 있다.

지난해 제주 서귀포 지역에서 열대야가 60일 이상 지속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초록 감귤이 일반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열대 기후가 확산하면서 감귤의 주요 생산지도 변화하고 있다. 감귤은 더 이상 제주 지역에만 생산되지 않는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감귤 재배지는 전북 정읍, 전남 장성·고흥·완도·진도, 경남 거제·통영 등 내륙으로 확대되고 있다. 내륙의 감귤 재배 면적은 2019년 220.2헥타르에서 2023년 311.1헥타르로 4년 만에 무려 41.3%나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내륙 지역에서도 기후 변화에 맞춘 품종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롯데마트와 슈퍼는 지난해 충북 내륙 지역에서 재배된 ‘충주 레드 탄금향’을 판매했다. ‘탄금향’은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접해 개발한 품종이다. 충북 충주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해 육성된 대체 작물이다. 과즙과 향이 풍부하며 일반 귤보다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현재 전남 진도군에선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한 진도 한라봉과 레드향의 출하가 한창이다. 진도 한라봉과 레드향은 친환경 퇴비를 사용해 재배된 저농약 과일로 비타민C가 풍부하고 식감이 뛰어나다. 진도군은 당도 13브릭스 이상, 일정 크기 이상의 과일만 출하하도록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진도에선 2008년부터 한라봉과 레드향 재배를 시작했다. 이 지역은 연간 1200시간 이상의 일조량과 평균 기온 15.8℃를 기록해 난방 없이도 높은 당도의 과일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기후 조건 덕분에 최근 진도의 만감류 재배 면적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진도에서는 32개 농가가 6.9헥타르 면적에서 150톤의 한라봉과 레드향을 생산했다. 약 20억 원의 농가 소득이 기대된다.

장성군은 2017년부터 기후 온난화에 대비해 특색 있는 아열대과일 재배에 집중하고 있다.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 등 감귤류 외에도 구아바, 패션프루트(백향과) 등을 재배하고 있다.

충북 충주에서 생산되는 탄금향. / 롯데마트 제공
충북 충주에서 생산되는 탄금향. / 롯데마트 제공
전남 진도군에선 요즘 한라봉 수확이 한창이다. / 진도군 제공
전남 진도군에선 요즘 한라봉 수확이 한창이다. / 진도군 제공

제주 서귀포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시험 재배지에서 연구원들이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어린 감귤 '풋귤'을 수확하고 있다. / 농촌진흥청 제공
제주 서귀포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시험 재배지에서 연구원들이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어린 감귤 '풋귤'을 수확하고 있다. / 농촌진흥청 제공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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