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는 국 끓일 때 쓰는데... 서양에선 빵 만들 때 사용하고 구워 먹는 식재료
2025-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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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비닐을 씌워 키운다는 한국 채소의 정체
비닐봉지에 든 길쭉한 애호박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대체 어떻게 포장하기에 애호박과 봉지가 이렇게 딱 붙어 있을까?’ 애호박과 봉지 사이에 빈틈이 전혀 없으니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다.
애호박이 비닐을 입고 있는 이유는 흥미롭다. 농식품정보누리의 자료에 따르면 애호박은 비닐 포장 상태에서 재배된다. 나중에 씌우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비닐을 씌워 키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애호박이 어린 상태일 때 꽃이 떨어지면 ‘인큐 비닐’이라는 특수 비닐을 씌우기 시작한다. 이 비닐은 애호박이 자라는 동안 모양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틀 역할을 한다. 애호박이 구부러지지 않고 곧고 매끈하게 자라도록 하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에서는 모양이 균일하고 예쁜 애호박이 더 높은 상품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이 도입됐다.
비닐 없이 자연 그대로 자란 애호박이 품질이 떨어진다는 오해는 사실이 아니다. 비닐 없이 자란 애호박은 더 단단하고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다. 농촌진흥청은 비닐을 벗긴 애호박이 쉽게 부패하지 않아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자연 그대로의 식자재 소비를 권장한다. 외형이 예쁘지 않은 애호박이 시장에서 외면받아 폐기되는 일이 잦아 많은 애호박이 버려지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애호박과 혼동하기 쉬운 주키니는 사실 다른 종이다. 돼지호박으로도 불리는 주키니는 생김새와 성장 과정에서 차이가 난다. 애호박은 길고 넓게 뻗어나가는 덩굴 형태로 자라는 데 반해 주키니는 구불구불한 덤불 형태로 자란다. 색깔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애호박은 노란빛이 섞인 연두색을 띠고, 주키니는 푸른빛이 도는 진한 초록색을 가진다.
풋호박의 한 종류인 애호박은 푸른빛을 띠는 어린 호박을 일컫는다. 비슷한 외형의 주키니와는 맛에서도 차이가 난다. 애호박은 달큰하고 단단한 반면 주키니는 담백하고 부드럽다. 애호박은 된장찌개, 전, 나물 등 다양한 한국 요리에 사용되며, 특히 새우젓과의 궁합이 좋아 볶음 요리에 자주 등장한다. 늙은호박과는 달리 애호박은 부드럽고 물렁한 질감을 살려 국물 요리나 부침 요리에 적합하다.
영양 면에서 애호박은 매우 유익하다. 100g당 38kcal로 저칼로리 식품인 데다 비타민 A, E, C가 풍부하다. 비타민 A는 시력 보호에, 비타민 E는 활성산소 제거에, 비타민 C는 소화기 건강과 위궤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칼륨 함량이 높아 나트륨 배출을 돕고,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에 포함된 아스코르비나아제 성분이 비타민 C를 파괴하기 때문에 무와 함께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애호박은 한국 요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이지만 서양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서구권에서는 주키니를 애호박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키니는 스테이크와 함께 구워 먹거나 라따뚜이 같은 요리에 들어간다. 또한 베이커리에서는 주키니 브레드라는 이름으로 달콤한 빵의 재료로도 사용된다. 주키니 브레드는 한국의 당근 케이크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캠핑이나 바비큐 자리에서는 애호박이나 주키니를 구워 먹는 일이 흔하다. 구운 애호박은 향긋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며, 간단히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도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가 된다. 또한 얇게 썰어 샐러드 재료로 활용하거나 피클로 만들어도 맛있다.
한국에서 애호박은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재료지만 겨울철에는 가격이 비싸다. 노지 재배가 어려운 시기엔 하우스 재배로 생산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비싸진다. 겨울철의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따뜻한 애호박 요리는 된장국이나 전 등으로 대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