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등기시스템 ?.... 부동산 거래 혁신인가 혼란인가
2025-01-1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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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등기시스템 도입, 거래 절차 디지털화
비대면 주담대 제약과 추가 절차 발생
효율성과 혼란 사이의 딜레마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오는 31일 미래등기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부동산 거래 절차에 큰 변화가 예고되었다. 이번 시스템은 부동산 거래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관련된 기존 절차가 사실상 변경되면서 금융권과 소비자 모두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등기시스템이란,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소유권 이전, 근저당 설정 등기를 디지털화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도다.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자금 흐름과 등기 과정을 안전하게 관리하며, 기존의 대면 절차를 대체하는 디지털 기반의 전자등기 방식이 도입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방식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우선, 에스크로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부터 살펴보자. 에스크로 계좌는 매수자가 잔금을 안전하게 예치하고, 매도인에게 자금이 전달되기 전에 거래 조건이 충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매수자와 매도인은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나 법무사를 통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 시 매매 계약서, 신분증, 대출 관련 서류 등이 필요하며, 일부 경우에는 거래 당사자가 직접 함께 은행에 방문해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대면으로 진행 가능하며, 전자서명을 통해 계좌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후 매수자가 잔금을 예치하면, 에스크로 관리자는 근저당권 말소나 소유권 이전 등기 등 거래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확인하고 자금을 매도인에게 송금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전자등기를 통해 소유권 이전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전자등기란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서류를 전자적으로 제출하고 등기 절차를 온라인으로 완료하는 방식이다. 매수인과 매도인은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전자서명을 진행하며, 법원이나 등기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절차가 완료된다. 이 방식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장점이 있지만, 매도인이 전자등기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자등기를 꺼리는 매도인이 있는 경우, 거래가 대면 절차로 전환되며 매수자는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대출 서류를 재확인하고 근저당 설정을 진행해야 한다. 이로 인해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기존의 등기 방식은 매도인과 매수자가 계약 후 법무사 또는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아 등기소에서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 설정을 완료하는 절차로 이루어졌다. 이 방식에서는 잔금을 매수자가 매도인에게 직접 지급하며, 근저당 설정 및 소유권 이전 등기는 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미래등기시스템에서는 잔금과 등기 절차가 디지털화되어, 한 번의 시스템 내에서 조건 충족 여부와 자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거래의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거래 당사자들의 대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일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첫째, 비대면 거래를 꺼리는 매도인이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당사자들은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기존의 비대면 주담대 방식은 앱과 전자서명을 통해 간편하게 이루어졌으나,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매수인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단계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같이 비대면 대출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금융기관들에게 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에스크로 계좌를 이용하더라도, 잔금 분배 조건 설정이 복잡할 경우 거래가 지연되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결국 미래등기시스템은 효율성과 디지털화를 목표로 하지만, 초기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추가 절차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시스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정부와 금융권은 유연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기존 대면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부동산 거래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