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주장 자랑스럽지 않아”… 오늘(14일) 은퇴 선언하며 눈물 고백한 한국 축구 레전드
2025-01-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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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브라질 월드컵 결과 여전히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
구자철이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며 2007년부터 이어온 18년간의 프로 축구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를 선언한 그는 그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다양한 성과를 이뤄낸 선수였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아쉬움은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2007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구자철은 프로 데뷔 시즌부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정규리그와 컵 대회에서 16경기 출전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신인답지 않은 기량을 발휘했고 2009년 FIFA U-20 월드컵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을 8강으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2008년 2월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구자철은 2011년 아시안컵에서 5골을 기록해 득점왕에 오르며 유럽 스카우트들의 눈에 띄었다.
그의 유럽 진출은 2011년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볼프스부르크를 시작으로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등 독일의 여러 클럽에서 활약하며 명성을 쌓은 그는 2017년에는 카타르의 알가라파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22년에는 친정팀 제주로 복귀해 마지막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구자철은 A매치 76경기에서 19골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중요한 일원으로 활약했다. 특히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구자철에게 큰 의미를 지닌 대회였다.
당시 25세의 나이로 최연소 주장으로서 많은 기대를 모은 그는 이청용, 기성용, 손흥민 등 스타 선수들과 함께 토너먼트 진출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한 조에 묶인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가 상위권 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는 평가를 내놨고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처참했다.
한국은 러시아와 1-1 무승부를 기록하고 벨기에에 0-1 패배를 당한 뒤 가장 해볼 만한 상대로 여겨지던 알제리에게 2-4 충격 패를 당하며 1무 2패로 대회를 마쳤다.
이에 경기를 지켜보던 이영표와 안정환은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하는 자리", "한국 축구는 실패했다", "정신력을 이야기하는데 실력을 키워야 한다. 실력을 키운 다음에 정신력이 있는 것" 등과 같이 거센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대표팀은 귀국 후 공항에서 많은 팬들의 엿 세례와 비난을 받아야 했다.
구자철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당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당시에는 너무 어렸고 그때의 결과는 여전히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은 것이 자랑스럽지 않다"고 언급하며 당시에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점을 반성했다.
이어 "그 당시에는 경험도 부족했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로 인해 월드컵에서의 결과가 국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는 것이 가장 큰 아픔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4 월드컵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구자철은 은퇴 후의 계획도 언급했다.
그는 제주 유소년 어드바이저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구자철은 "프로 선수는 어린이들에게 꿈이 돼야 하고, 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런 모습이 프로 선수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다"라며, 유소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 구단의 유소년 시스템을 개선하고 제주 유소년 선수들이 해외 연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유럽에서의 축구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축구팀들의 유소년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제주 구단에 전달해 제주 축구의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