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도 없어서 못 팔고 한국에서도 귤보다 많이 팔리는 겨울철 한국 과일

2025-01-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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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봄이 제철이었는데 어느덧 겨울과일 된 한국 과일의 정체

2024년 12월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러온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 뉴스1
2024년 12월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러온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 뉴스1

딸기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스, 케이크 등 딸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며 딸기로 만든 메뉴를 사 먹는 소비자나 딸기로 만든 메뉴를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3일 기준 딸기의 소매 가는 100g당 2312원이다. 이는 전월보다 13.8% 하락한 가격이지만 전년보단 23.18%, 평년보단 27.17%나 오른 것이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이 7일 경기도 화성시 딸기 시설재배 농가를 찾아 생육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농촌진흥청 제공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이 7일 경기도 화성시 딸기 시설재배 농가를 찾아 생육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농촌진흥청 제공

딸기 가격이 이렇게 오른 주된 이유는 지난해 여름의 이상기후 때문으로 분석된다. 긴 폭염으로 인해 보통 8, 9월에 이뤄지는 정식 작업이 지연되면서 초기 출하 물량이 줄었다. 딸기는 100% 하우스에서 재배되는데, 여름철 무더위 때문에 딸기 모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충남을 포함한 주요 딸기 재배지의 생산량이 예상보다 줄어들며 딸기 시세가 전년보다 15~20% 상승했다.

딸기 가격의 급등은 유통업계와 외식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트코는 대표적인 베이커리 제품인 ‘딸기트라이플’의 가격을 기존 2만2990원에서 2만4990원으로 8.6% 올렸다. 2021년 당시 가격(1만3990원)과 견주면 4년 만에 79%나 올랐다.

투썸플레이스는 시즌 한정으로 출시하는 ‘딸기 라떼’의 가격을 작년 6500원에서 올해 6800원으로 300원 올렸다. 폴바셋, 할리스 등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도 딸기 음료와 디저트의 가격을 잇따라 인했다.

겨울철 딸기 뷔페를 운영하는 서울 주요 특급호텔의 입장권 가격도 급등했다. 롯데호텔 서울의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 딸기 디저트 뷔페의 2024-2025 시즌 가격은 13만5000원이다. 이는 전 시즌보다 17.4% 상승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딸기 메뉴에 대한 인기가 높아도 원가가 워낙 높은 까닭에 이익을 거의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 딸기는 높은 당도와 품질로 국제적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재배하는 딸기의 대부분은 일본 품종이었다. 1970년대부터 국산 품종 육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현재는 국산 품종 보급률이 98%에 이른다.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설향’, ‘금실’, ‘죽향’, ‘매향’, ‘아리향’ 등이 있다.

‘설향’은 과즙이 풍부하고 씹는 촉감이 좋아 가장 널리 재배되고 있다. 병에 강하고 기형과가 적은 게 특징이다. ‘금실’은 당도가 높고 유통성이 뛰어나 딸기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프리미엄 과실로 자리 잡은 ‘죽향’은 전남 담양군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향이 진하고 당도가 높다. 딸기 품종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대과성을 내세운 ‘아리향’은 수출용으로 주로 재배된다. 프리미엄 품종인 ‘킹스베리’, ‘메리퀸’도 등장했다.

딸기는 채소지만 과일로 여겨진다. 원래 봄이 제철이었지만, 현재는 주로 겨울철에 소비되고 있다. 겨울딸기가 전체 재배면적의 99.6%를 차지한다. 여름딸기는 대부분 베이커리 장식용이나 생과일주스 등 가공용으로 유통된다.

이러한 변화는 시설재배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한국의 딸기 재배는 99% 이상이 하우스 재배 형태로 이뤄져 있다.

한국 딸기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태국,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선 한국산이 신선 딸기 시장의 점유율을 43%나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과 유럽으로의 수출도 점차 늘고 있다.

덕분에 한국산 신선 과일 중에서 딸기는 수출액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좌 과일인 셈이다.

딸기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3년간 3대 대형마트에서 귤을 비롯한 모든 과일을 통틀어 연 매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딸기 가격 급등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플레이션의 한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극심한 기후 변화는 딸기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을 가져오며, 생산과 소비 양측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일시적으로 1도 상승할 경우 농작물 가격 상승률은 최대 0.5%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7%포인트 증가할 수 있다.

MBC every1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 딸기에 반한 외국인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적이 있다. 'MBC every1'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