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대한 자신감에 세일즈 본색까지... CES 2025서 화제 모은 '최태원 리더십'
2025-01-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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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팔고 왔어”
“우리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요구보다 빨라져”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5가 열린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의 SK그룹 전시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방금 만나고 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C의 유리기판 모형을 들어 보이며 “(이 유리기판을) 방금 팔고 왔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라스베이거스 모처에서 젠슨 황 CEO와 오찬 회동을 갖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및 피지컬 AI 협력 등을 논의했다. 유리기판은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소재다. 최 회장이 황 CEO와 유리기판 공급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왔다.
SK그룹은 이번 CES에서 AI 데이터센터부터 AI 에이전트 서비스까지 AI 전반을 아우르는 ‘풀스택(Full Stack) 설루션’을 선보였다. 최 회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해 글로벌 협력사들과 만나며 적극적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장 등 SK그룹 내 AI 관련 사업을 이끄는 수장들 역시 부스 곳곳을 돌며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에 나섰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CEO와 만나서 논의한 사업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그는 “서로 만나 사업 관련한 여러 논의를 했다”고 언급하며 “(기존에는) 상대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을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헤드투헤드(Head-to-Head)로 서로 빨리 만드는 것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엔비디아는 컴퓨팅 관련 솔루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회사라는 젠슨 황 CEO의 생각이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요구보다 빨라졌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CES에 3년 연속 참석한 소감에 대해 최 회장은 “모든 것이 AI화되고 있다. 로봇이나 주변 기기에 AI가 탑재되는 것이 일상이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SK의 AI 사업 방향에 대해 “현재 AI 반도체 사업을 진행 중이며,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모델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이 AI 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음을 강조하며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기존 산업의 경쟁력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인터넷 환경이나 증기기관처럼 모든 산업에 전방위적 변화를 가져오는 핵심 기술로, 이 변화를 선도할지 따라갈지에 따라 경제적 부침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도 내놓았다. 그는 “우리 스스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개발해야 한다. 제조업이나 로봇 관련 AI 등 특정 분야를 전략적으로 집중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산업의 특화 없이 전반적인 성장을 추구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최 회장은 AI 인프라와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교육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AI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AI를 연구하고 실험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에 의존하면 우리의 미래를 개척하기 어려워진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튿날인 9일에도 “SK가 CES에서 선보인 기술들은 칩, 인프라, 데이터 설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AI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믿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링크드인에 올린 글을 통해 “SK는 AI 데이터센터, AI 서비스, AI 생태계의 3가지 핵심 영역에 초점을 맞춘 AI 전략을 CES에서 발표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올해 CES에서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16단을 적용한 AI 데이터센터부터 AI 에이전트 서비스까지 AI 전반을 아우르는 ‘풀스택 설루션’을 선보였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독보적인 AI 생태계 구축에는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이 밑바탕이 됐다며, 넓고 강한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첨단 메모리 칩 제조부터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 장치 개발,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까지 SK와 글로벌 파트너가 함께 AI 과제를 해결하며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협력은 AI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설루션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의 리더십 아래 SK하이닉스는 주식 시장에서 순풍에 돛단 듯하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03조6675억 원에서 124조6340억 원으로 약 21조 원 증가하며 국내 상장사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