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맞는 말”vs“본인은 뭐 했나”… 클린스만 한국 축구계 향해 작심 발언 날렸다

2025-01-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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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한국 팬들, 축구 선수보다 ‘팝스타’처럼 바라보는 경향 커”
한국 팬들 “오랜만에 맞는 말”vs“본인은 뭐 했나” 의견 분분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한국 팬 문화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눈길을 끌었다.

(왼쪽) 클린스만 전 감독과 (오른쪽) 이강인 사진 / 뉴스1
(왼쪽) 클린스만 전 감독과 (오른쪽) 이강인 사진 / 뉴스1

클린스만은 최근 유튜브 채널 ‘페어포인트’에 출연해 한국에서의 축구 경험과 팬 문화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 축구계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전했다.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재임하면서 느꼈던 문화적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 팬들이 스타 선수들을 축구선수보다 ‘팝스타’처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같은 선수들이 경기보다 그들의 인기에 더 주목받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이 경기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클린스만은 경기를 치르며 느낀 팬들의 반응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시한 뒤 관중석을 보면 대부분이 10대 소녀 팬들이었다. 이는 멋진 일이지만 동시에 ‘저들이 경기를 보러 온 것인가, 아니면 스타를 보러 온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때로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비효율적으로 화려한 플레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강인에 대해서도 언급한 클린스만은 “몇 차례 평가전에서는 이강인이 팬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유혹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팬들에게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 평가전에서 몇몇 선수들이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어 경기를 쇼케이스처럼 치르는 경향이 있었다”며 한국 축구가 보다 실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기 후 수천 명의 팬들이 손흥민, 이강인 같은 스타 선수들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 자신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클린스만은 “유럽에서는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을 기다리는 광경을 보기 힘들다”며 이러한 문화가 경기 본질보다는 특정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오만으로 출국하며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오만으로 출국하며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 뉴스1

클린스만의 발언은 팬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팬들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본인이 감독으로 있는 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의문이다”, “10대 소녀들이 축구를 보든 스타를 보든 그건 팬들의 자유다”, “감독으로서는 부족했지만 지적한 내용은 일리 있다”, "오랜만에 맞는 말", “그 문제를 인식했다면 감독으로서 설득하거나 개선할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클린스만의 한국 대표팀 감독 경력은 짧았지만 논란이 많았다. 그는 2023년 2월 파울로 벤투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했으나 '무전술'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특히 해외 체류 시간이 많아 ‘재택근무 감독’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안컵에서는 무패로 4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대표팀 통솔력 부족과 경기 운영 미숙으로 경질을 피하지 못했다.

클린스만의 이번 발언은 단순히 팬 문화에 대한 지적을 넘어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팬들의 응원 문화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열된 특정 선수 응원 문화가 스포츠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 축구계에서는 특정 스타 선수들에게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문화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정 선수가 출전하지 않으면 감독을 비난하거나 경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은 축구의 본질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열광적인 팬 문화가 한국 축구의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팬들의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home 용현지 기자 gus8855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