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부모 모시던 22세 청년 노동자, 울산 조선소서 잠수 작업 중 익사
2025-0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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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나 홀로 작업’ 20대 노동자가 죽었다
혼자 일하던 청년 노동자가 또 사고로 숨졌다. 22세 하청 노동자가 울산의 조선소에서 연말 홀로 잠수 작업을 하다 익사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0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소규모 수중전문 공사업체 대한마린산업 직원 김기범(22) 씨가 새해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원청업체인 울산 동구 소재 HD현대미포 조선소에서 잠수 작업을 하다 순직했다.
잠수 자격증을 가진 그는 선박 검사 업무 등을 담당했다. 대한마린산업은 현대미포가 잠수 작업 계약을 맺은 4개 업체 중 한 곳이다.
기범 씨는 이날 오전 10시 14분 현대미포 조선소 1안벽에서 동료와 함께 1차로 잠수해 1시간가량 선박에 붙은 따개비 등 불순물을 제거했다. 11시 20분 육상에 복귀한 그는 불과 8분 만에 2차 입수를 했다. 앞선 작업 내용을 수중 카메라로 촬영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제는 이번에는 단독 입수였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오후 1시쯤에야 기범 씨가 복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채 뒤늦게 사내 비상신고를 했다. 소방 당국은 오후 4시쯤 기범 씨를 뭍으로 건져 올렸지만,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다. 유족도 오후 4시가 넘어서야 경찰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당시 24세) 사건,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을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김 군(당시 19세) 사건과 닮아있다. 위험 업무는 상호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2인 1조'로 작업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아 젊은 노동자들의 생을 앗아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45조(스쿠버 잠수작업 시 조치)에 따르면, 회사는 잠수작업자 2명을 한 조로 작업하게 하고, 감시인(텐더)을 둬 안전감독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 비상시 호흡을 할 수 있게 잠수작업자에게 비상기체통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 현장에는 비상기체통이나 신호줄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사시에 대비해 잠수사는 신호줄을 달고 입수하는데, 뭍에 있는 감시인이 줄을 당기는 식으로 신호를 주고받게 된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업장 내에서 작업할 경우, 원청도 법에 따라 필요한 안전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현대미포와 대한마린산업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기범 씨의 누나(25)는 매체에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하시고, 어머니도 여러 차례 심장 수술을 받으셔서 편찮으시다 보니 기범이는 돈을 빨리 벌어서 본인의 살길을 찾고 '약한 엄마를 잘 지켜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고 눈물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