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 지정, 여행업계 특수와 도심 상권의 불안

2025-01-0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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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지정이 꼭 필요한지 점검해야”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설 연휴 전날인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도심 상권의 소비 감소와 임시공휴일 지정 시점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설날 전통놀이 하는 어린이들 / 뉴스1
설날 전통놀이 하는 어린이들 / 뉴스1

정부는 9일 설 연휴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KTX·SRT 역귀성 티켓 할인 등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고속도로 통행료는 면제되며, 설 당일을 제외한 27일부터 31일까지 역귀성 티켓은 최대 40%까지 할인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조정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조정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다자녀 및 장애인 가구를 대상으로 국내선 공항 주차장 이용료를 전액 감면하며, 국가유산과 미술관 등 주요 문화시설은 무료로 개방된다. 방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동남아,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노선을 중심으로 항공편을 130회 이상 증편할 계획이다.

KTX 청룡. /뉴스1
KTX 청룡. /뉴스1

비수도권 숙박 쿠폰 100만 장 배포와 중소기업 근로자 대상 국내여행 경비 지원도 추진된다. 설 전후 소비 촉진을 위해 대규모 세일 이벤트인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시작되며, 이를 통해 소비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인해 여행업계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모두투어는 22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출발하는 잔여 좌석에 대해 최대 10만 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할인 이벤트는 고객들의 예약을 유도하며, 여행업계의 '특수'를 잡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임시공휴일을 표시한 달력 / 네이버 달력
임시공휴일을 표시한 달력 / 네이버 달력

직장인들은 이번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일본과 동남아 단거리 여행부터 유럽과 미주 장거리 여행까지 다양한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 특히, 비행시간이 긴 지역의 예약률이 평소 대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도심 상권과 소상공인들은 이번 연휴가 오히려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오피스 상권은 명절마다 고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들은 긴 연휴 기간 동안 매출 감소뿐 아니라 인건비 부담까지 걱정하고 있다. 반면, 일부 외식업 관계자들은 연휴 동안 가족 단위 외식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을 기대하며, 상권별 경기 차이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 국내 소비는 줄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국내 명소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거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방송사와 협력해 명절에 가볼 만한 국내 명소를 소개하는 특집 방송 제작도 하나의 방편이다"라고 진단했다.

또 이 교수는 소상공인들의 연휴 매출 감소에 대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 지원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해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부 지원을 남발하면 세금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실질적인 지원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전날 SNS를 통해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내수 진작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명절 일정을 마치고 주말까지 휴식을 취하며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짧은 외출을 다녀올 가능성이 커져 소비를 촉진해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도 더욱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기혼 여성에게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이 오히려 명절 가사 노동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31일에 몰려 있을 각종 결제와 마감을 해야 할 사무직 노동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현재 명절을 지내는 방식이 점점 간소화되고 있다. 요즘은 1인 가구도 늘어나고, 성묘 대신 화장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사회적 변화들을 통계적으로 조사해 공휴일 지정이 꼭 필요한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촌평했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