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산불 통제불능 상태... 15만명 대피령, 피해액 80조원 규모 (영상)
2025-01-0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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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용수 부족해 감당 불가능 지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해안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하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소방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규모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일(현지시각)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자는 최소 5명이며, 부상자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면적이 계속 늘고 있는 까닭에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돌풍과 함께 퍼지는 산불… 7곳 대형 화재 발생
이번 산불은 7일 오전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시작됐다. 팰리세이즈는 LA 해안가의 고급 주택가로, 국지적 돌풍인 샌타 애나(Santa Ana)의 영향으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같은 날 밤에는 캘리포니아 이튼과 허스트에서 추가 산불이 발생했으며, 8일 아침에는 우들리, 올리바스, 리디아, 할리우드힐스 지역에서도 산불이 잇따라 보고됐다. 이로써 총 7건의 대형 산불이 LA와 그 주변 지역을 강타하며 도심과 산간 지역을 초토화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팰리세이즈 산불로 약 1만5832에이커(64㎢), 이튼 산불로 약 1만600에이커(43㎢)가 소실됐다. 허스트 산불은 약 700에이커(2.83㎢), 우들리 산불은 30에이커(0.12㎢), 올리바스 산불은 11에이커(0.05㎢), 리디아 산불은 80에이커(0.32㎢)를 태웠다. 가장 최근 발생한 할리우드힐스 산불의 피해 범위는 아직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산불로 피해를 입은 면적은 약 110㎢다. 서울시 면적(605㎢)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다. 불길이 계속 확산해 피해 면적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대피령 15만 명… 1000여 채 전소, 150만 가구 정전
이번 산불로 인한 대피령 대상은 약 15만 5000명에 이른다. 이튼 산불로 7만 명, 팰리세이즈 산불로 6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피해는 주택가와 학교로도 확산돼 심각한 재산 피해를 낳고 있다.
밤사이 1000채 이상의 건물이 전소됐으며, 약 150만 가구가 정전 상태에 놓였다. 특히 팰리세이즈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두 곳이 완전히 전소되고, 고등학교 한 곳도 30% 이상 파손돼 교육 시설 피해도 막심하다.
진화 작업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리디아 산불만 30%의 진화율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화재는 진화율 0% 상태로 불길이 계속 번지고 있다. 밤사이 강풍과 어둠 때문에 진화 작업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피해 규모 83조 원…역대 최악의 화재 중 하나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산불로 인한 재산 피해 규모를 약 520억~570억 달러(75조~83조 원)로 추산했다. 이는 2008년 실마 화재와 1961년 벨에어 화재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파괴적인 재난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이튼 산불은 캘리포니아에서 1월에 발생한 산불로는 41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지 주민들은 계속되는 산불 피해에 절망감을 호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산불로 발생한 불씨가 반딧불이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며 도시 곳곳을 덮쳤다"고 전했다. 연기와 불길로 인해 도시 전체가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상태다.
소방 인력 부족…연방 정부와 주정부 지원 확대
현재 소방관 1400여명이 진화 작업에 투입됐지만, 산불 규모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앤서니 마론 LA카운티 소방서장은 "한두 건의 대형 산불에는 대비가 돼 있었지만, 4건 이상의 동시다발적 화재는 감당할 수 없다"며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소방용수 부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마크 페스트렐라 LA카운티 공공사업국장은 "소화전에서 장시간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은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주민들에게 물 사용을 제한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캘리포니아 개빈 뉴섬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해 소방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캘리포니아를 대규모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연방 차원의 복구 지원을 명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재난관리청(FEMA)을 통해 재난 지원금을 승인하고, 소방 장비와 인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강풍 완화…소방 항공기 투입 본격화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강풍이 다소 약화하면서 소방 항공기의 투입이 가능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시속 100마일(161㎞)에 달하던 바람이 시속 50~60마일(80~96㎞)로 줄어들며 진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헬리콥터와 항공기가 투입되면서 불길을 잡을 희망이 생겼지만, 여전히 불씨가 산발적으로 날아다니며 새로운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당국은 화재 피해를 더 키우지 않기 위해 주민들에게 대피와 물 사용 제한을 엄중히 요청하고 있으며, 산불 지역에 대한 접근을 전면 차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