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저평가받으며 쉽게 소비되던 톱스타… 47년 만에 첫 연기상 받게 해 준 뜻밖의 '영화'
2025-01-08 14:25
add remove print link
47년 만에 피어난 연기의 꽃…한 편의 역전 드라마
47년간 배우 경력 끝에 생애 첫 연기상을 받으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스타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할리우드 톱스타 데미 무어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데미 무어는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 수상은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로 평가된다. 할리우드 오랜 톱스타였음에도 연기상과는 인연이 없던 데미 무어에게 이번 수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뜻깊은 순간이 됐다.
데미 무어에게 이러한 영광의 순간을 안긴 작품은 바로 영화 '서브스턴스'다.
이 영화에서 데미 무어는 젊음을 되찾으려다 정체불명 약물에 중독되는 한물간 여배우를 연기했다. 극 중 캐릭터는 무어 자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었다. 한때는 '사랑과 영혼'(1990)과 '어 퓨 굿맨'(1992) 등 할리우드 히트작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렸지만, 연기력면에서는 매번 저평가됐다. 특히 '스트립티즈'(1996) 전라 연기로 논란에 휩싸이며 골든라즈베리상 후보에 오르는 굴욕도 겪었다. 데미 무어가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나는 이 일을 45년 넘게 해 왔지만 배우로서 상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밝힌 이유는 이러한 과거를 반영한다.
▣ "나는 팝콘 여배우였다"
데미 무어는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과거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30년 전 한 프로듀서가 나를 '팝콘 여배우'라고 불렀다. 흥행에는 기여했지만 연기로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나도 그렇게 믿었고, 그 믿음이 나를 갉아먹었다"고 털어놨다. 팝콘 여배우라는 낙인은 그를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연기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서브스턴스' 대본을 만난 순간, 그의 삶은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서브스턴스'에서 데미 무어가 보여준 대반전…연기력 재발견
'서브스턴스'에서 데미 무어는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평단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는 단순히 주인공 외적 변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 연예계 잔혹한 현실과 인간 내면을 파헤쳤다. 데미 무어는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경력을 반추하며 연기적으로 새로운 깊이를 보여줬다.
이번 수상은 시상식 전 대부분 예상과는 달랐다. 많은 언론은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아노라' 주연인 20대 여배우 마이키 매디슨 수상을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환갑을 넘긴 데미 무어의 짜릿한 승리로 돌아갔다.
▣ 연기와 경력의 재해석
또한 데미 무어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자신이 한때 '인생의 최저점'에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몇 년 전에는 이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브스턴스'를 만났을 때, 우주가 나에게 '아직 끝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의 진솔한 소감에 동료 배우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은 데미 무어가 자신의 연기 커리어를 재해석하는 계기가 됐다. 과거의 논란과 실패를 뛰어넘어 그는 연기력으로 인정받으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명성을 회복했다. '서브스턴스'는 청불 영화임에도 이미 국내 관객 18만여 명(8일 오후 1시 기준)을 동원하며 흥행에서도 순항 중이다.
▣ 아카데미로 향하는 또 다른 도전
이제 데미 무어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그의 경쟁자로는 안젤리나 졸리와 마이키 매디슨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그가 아카데미에서도 수상한다면, 이는 그의 커리어에서 또 하나의 금자탑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