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받고 “죄송하다”며 고개 떨군 한석규, 괌 대한항공 참사로 선배 잃은 아픔 재조명
2025-01-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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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기대상에서 대상 수상한 배우 한석규
수상 소감 중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애도하며 울먹인 한석규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배우 한석규가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깊은 슬픔 뒤에는 27년 전 괌 대한항공 추락 사고로 소중한 선배를 잃은 대한 아픔이 담겨있었다.
지난 5일 방영된 '2024 MBC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대상을 수상한 한석규는 축하의 자리에서도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송구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저희 연기자들이 하는 모든 일들이 관객, 시청자분들을 위한 몸짓인데 너무나 큰 슬픈 일이 벌어져서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를 표했다.
특히 한석규의 슬픔은 개인적인 상처와 맞닿아 있었다. 1997년 탑승객 228명이 사망한 괌 대한항공 추락 사고는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을 남겼다. 당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승객 중에는 그의 대학 선배이자 멘토였던 성우 장세준이 있었다. 장세준은 당시 아내인 정경애 성우, 두 아들과 함께 휴가 차 괌으로 떠났다가 일가족이 모두 변을 당했다.
장세준은 만화 '슬램덩크'의 서태웅 역과 성룡의 한국어 더빙을 맡았던 실력파 성우였다. 그는 한석규에게 "성우보단 배우의 길을 가는 것이 더 어울린다"며 배우의 길로 이끌어준 은인이기도 했다. 이런 소중한 선배를 비극적인 사고로 잃은 한석규는 그 후로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되새겨왔다.
이날 시상식에서 한석규는 "제가 하는 일의 큰 주제가 가족"이라며 드라마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보였다. 결국 그는 "큰 슬픔 이겨내시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급히 무대에서 내려갔다. 이후 한석규는 수상자 기념 촬영에도 참석하지 않고 조용히 애도를 이어갔다.
한석규의 진심 어린 추모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누리꾼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어 작품을 하게 됐는데 가족을 잃으신 유족분들과 희생자분들을 향해 온 마음 다해 진심으로 애도하시는 모습에 울컥했다", "가장 슬픈 대상 소감이다", "감사와 축하라는 말은 넣어둔 채 애도를 표하는 배우에게서 품격이 느껴진다", "이 시대의 진짜 어른", "이런 시기에 사회적 아픔을 통감하는 수상소감...역시 대배우답다", "소감 말하면서 울컥하셨는데, 이번 일도 있지만 한석규 배우도 원래 성우 출신인데, 1997년 지인이었던 성우 선배 부부가 괌으로 여행 가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다 돌아가셨다. 이번 사고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한석규 배우님 선배님이셨던 고(故) 장세준 성우님도 생각나실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시상식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공개홀에서 열렸지만, 전날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으로 인해 5일 녹화 방송으로 전파를 탔다.
한편 1991년 MBC 20기 공채 탤런트 출신인 한석규는 1995년 '호텔' 이후 29년 만에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한석규는 극 중 프로파일러 장태수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으며, 약 30년 만에 대상 트로피를 받아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