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회복 못하면, 다음에 심리적 고통 2배로 늘어나"

2025-01-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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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의 위험,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
심리적 상처 극복을 위한 전문가의 맞춤 처방

한 전문가가 요즘 사회에서 마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전했다.

지난 5일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최근 반복된 사건·사고로 인해 국민 트라우마가 2중, 3중으로 누적될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심 센터장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내가 아프다’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스스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누구나 큰 자극을 접하면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 이를 잘 파악한다면 덜 당황하게 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심 센터장은 “계엄·탄핵 사태와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일지라도, 모두 트라우마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며 “트라우마는 산술적으로 누적된다. 국민 심리 회복 지원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다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사건·사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바이캐리어스(Vicarious) 트라우마’로 불리는 일반 국민·재난대응인력의 ‘대리 외상’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심 센터장은 정신과 전문의로 국내 최초로 재난심리전담반을 조직했다. 국립서울병원 심리위기지원단을 모태로 2018년 개소한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 정신건강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전국의 재난 정신건강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한 번 겪게 된 트라우마에서 회복하지 못하면 다음에 또 다른 충격이 발생했을 때 묻어뒀던 기억까지 활성화된다.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되살아나면 심리적 고통은 2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심 센터장은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는 심리 진정을 위해 추가 자극을 받지 않을 것, 낯선 사람을 만나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 방식을 만드는 등 스스로 익숙한 환경을 조성할 것, 자극으로 인해 고통이 나타날 경우 전문가에게 상담받아볼 것 등을 권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뉴스도 객관적 사실을 얻는 목적으로만 보고, 자극적인 영상이나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안내하는 유튜브 채널 시청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심 센터장은 “사건 초반에는 유족의 심리 지원에 집중해야 하지만 상황이 정리되고 난 이후엔 재난대응인력과 해당 사건으로 간접적인 충격을 받은 국민에 대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센터장은 “재난대응인력은 본인이 트라우마 고위험군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며 “참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 요청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료들의 비극을 지켜본 항공산업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사고 수습의 책임감이나 사회적 비난으로 조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