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직접적인 원인’ 콘크리트 둔덕(구조물) 설치돼 있는 공항 3곳 명단
2025-01-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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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40개 공항에 있는 ‘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 한국엔 하나도 없어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참사의 요인인 콘크리트 둔덕이 다른 공항에도 설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합뉴스가 5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국내 발생한 역대 최대 피해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 이번 참사는 국내 공항의 안전 대비 태세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러면서 소형 공항의 경우 활주로와 종단안전길이가 짧아 항공기가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가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번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공항의 입지 조건이 철새 도래지 특성과 겹치는데도 조류 탐지 레이더가 전국에 한 대도 없고, 외국 공항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탈 방지 시스템이 국내 공항에 전무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매체에 따르면 이번 참사에서 인명 피해를 키운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로컬라이저 설치를 위한 콘크리트 둔덕은 무안공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의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는 항공기 충돌 시 쉽게 파손될 수 있는 물질로 만들어져야 하며, 지지 구조물은 45kN(4.6톤)을 초과하는 힘을 견딜 수 없도록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은 이런 규정을 어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여수공항, 광주공항, 포항경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여수공항에서는 로컬라이저가 4m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세워져 있고, 광주공항과 포항경주공항에도 각각 1.5m와 2m 높이의 콘크리트 및 성토 구조물 위에 설치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콘크리트 둔덕의 위법성 논란과 관련해 처음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다음 날에는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했으며, 이후에는 부서지기 쉬운 재질 기준은 안테나 등 장비에만 적용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혼란을 초래했다. 이와 달리 대구공항과 청주공항 등 일부 공항은 콘크리트 둔덕 없이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어 공항별 기준이 제각각임을 보여준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국내 공항 중 짧은 편에 속한다. 인천공항(3750∼4000m), 김포공항(3200∼3600m), 김해공항(3200m) 등 대형 공항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청주공항, 대구공항, 원주공항, 사천공항, 포항경주공항, 여수공항, 울산공항 등 대부분의 중소형 공항 활주로 길이도 3000m에 미치지 못한다. 활주로가 길수록 비상 착륙 시 오버런 가능성이 줄어든다.
종단안전구역 역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 종단안전구역은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더라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활주로 양 끝에 설정된 평평하고 장애물이 없는 구역이다. 국내 공항의 종단안전구역 길이는 포항경주공항이 92m, 사천공항이 122m, 울산공항이 200m, 무안공항이 199m다. 최소 기준은 충족하지만 권고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을 설치하면 종단안전구역을 줄일 수 있음에도 국내 공항에는 이런 시스템이 전무하다. EMAS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날 경우 속도를 급격히 줄여주는 장치로, 전 세계 140개 공항에 설치돼 있다.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인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공항의 입지와 조류 서식지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충돌 가능성이 높다. 국내 대표 공항인 인천공항은 철새 도래지인 갯벌을 간척해 건설됐고, 김해공항과 김포공항도 철새 서식지 근처에 위치해 있다. 무안공항 주변에도 철새 도래지가 3곳이나 있어 조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러나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으며, 열화상 카메라는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등 3곳에만 설치돼 있다.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한 인력도 공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인천공항은 40명에 달하는 인력을 보유했지만, 무안, 광주, 울산, 여수는 각각 4명, 양양은 3명, 사천, 포항경주, 원주는 2명에 불과하다.
이번 참사는 공항 안전 기준과 대비 태세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철새 도래지 인근 공항에서 조류 충돌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점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무안공항 사고 열흘 전 열린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도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조류 분산 및 포획 실적이 감소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사고 당시 현장에는 조류 퇴치 인력이 1명만 근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