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난리 난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과거에도 비슷한 일 또 있었다
2025-01-0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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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측 “경찰 수사 및 국가유산청 조사 지켜보며 결과 겸허히 수용하겠다”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방송가의 문화재 관리 의식 부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30일 소녀시대 서현과 옥택연 주연의 KBS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안동 병산서원에서 촬영 도중 만대루 등 서원의 기둥에 등을 고정하기 위해 못을 박으면서 시작됐다.
병산서원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로, 보호와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곳이다.
안동시 관계자에 따르면 KBS 촬영팀이 촬영 허가를 받을 때 ‘서원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명확히 안내받았음에도 이를 어겼다.
시민의 신고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서원의 5개 지점에 1cm 지름의 구멍이 뚫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안동시는 KBS 제작진에 즉각 원상복구를 요청하고 추가적인 피해 여부를 조사해 후속 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BS는 사건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3일 다시 한번 입장문을 발표해 "기존에 나 있던 못자국 10여 곳에 소품을 매달기 위해 새로 못을 넣어 고정하며 압력을 가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에 못자국이 있는 곳이더라도 새로 못을 넣어 압력을 가한 행위는 문화재 훼손에 해당됨으로 이 사안에 대해 사과의 말씀드린다"며 "경찰 수사 및 안동시와 국가유산청 조사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향후 훼손된 부분의 복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전하며 사과했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KBS 드라마 촬영팀은 문경새재에서 촬영 도중 성벽과 기둥에 수십여 개의 대못과 철사를 박아 훼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문경새재는 국가 사적 제147호로 지정된 중요한 문화재로, 전투 장면 촬영을 위해 깃발과 무기를 고정하는 과정에서 촬영팀이 성벽과 나무문, 기둥 등에 대못을 박았다.
이로 인해 성벽과 현판, 나무문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촬영이 끝난 후에도 이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
이 사건에 대해 당시 해당 드라마를 연출했던 김종선 감독은 “전쟁 장면 촬영 중 대못과 철사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나, 여러 편의 사극이 문경새재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우리만의 책임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가 발생한 장소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인원을 보내 철거 및 정리 작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이 반복되면서 방송가의 문화재 관리에 대한 낮은 인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 도중 덕수궁 외벽이 훼손된 사건 이후로도 방송가의 촬영 과정에서 문화재 훼손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문화재 보호법에 따르면 국가 사적지를 훼손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