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의 부실한 문화유산 관리...병산서원 문화유산 훼손 '뒷북조치' 비판

2025-01-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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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작사 촬영팀이 촬영 소품을 부착하기 위해 병산서원 만대루 기둥에 못질..경찰 고발
안동시, 사전 보호대책 없이 민원 발생하자 대책 부심

[안동=위키트리]황태진 기자=경북 안동시의 부실한 문화유산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드라마 촬영팀의 병산서원 훼손 사건에 대해 시민신고로 인지한 후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부산하다.

3일 안동시에 따르면 12월 30일 오후 4시경, KBS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드라마 제작사 촬영팀이 촬영 소품을 부착하기 위해 병산서원 만대루 기둥에 못질을 하고 있다는 민원이 안동시에 접수됐다.

(좌)KBS 드라마 제작진이 병산서원 호롱불에 초롱을 덧대는 모습, (우)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 만대루 기둥에 남은 못자국./연합뉴스
(좌)KBS 드라마 제작진이 병산서원 호롱불에 초롱을 덧대는 모습, (우)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 만대루 기둥에 남은 못자국./연합뉴스

안동시는 해당 민원을 접수하고 즉시 촬영팀에 촬영 소품을 철거하도록 명령했으며, 서원 관리자와 하회마을관리사무소 직원이 현장에 출동해 함께 철거 사실을 확인했다.

못 자국은 개당 두께 2∼3㎝, 깊이 약 1㎝로 파악됐다.

이후 안동시 담당자와 서원 관리자가 병산서원(만대루) 현장을 방문해 훼손 정도를 확인하고 「문화유산법」에 따라 원상회복 조치를 명령했다.

그러나 안동시는 사전 문화재 보호 방안 등에 대한 대책 없이 사고 발생 이후 대책 마련에 부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동시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KBS 측과 협의를 통해 훼손된 문화유산의 원상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논의할 예정이며, 문화유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훼손 범위 및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법적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3일 오전 0시 2분쯤 국민신문고 민원 신청에는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사건'이란 제목의 고발장이 접수됐으며 경찰은 이날 해당 고발을 안동경찰서에 배당했다.

KBS는 2일 낸 사과문에서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에 있다"며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로 한국의 9대 서원 중 하나다.

그중 만대루는 소박하고 절제된 조선 중기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물로도 지정돼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소중한 문화유산에 훼손이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유산 관리감독에 더욱 철저를 기하겠다”며 “문화유산 훼손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 조치토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home 황태진 기자 tjhwang@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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