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인 줄” 무안공항 7년 이용한 베테랑 조종사도 콘크리트 둔덕 존재 몰랐다
2025-01-0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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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7년 조종사 “콘크리트 둔덕 관련 안내받은 적 없다”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와 관련해 활주로의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설치 콘크리트 둔덕과 조류 충돌 위험성이 주요 논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사고로 승객 179명이 사망하고 승무원 2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사고 원인과 공항 운영의 안전 실태에 대한 조사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 당일 제주항공 사고기는 오전 8시 57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경고를 받았다.
이후 1차 착륙 시도 중 조류와 충돌하며 기체 이상이 발생했고 메이데이를 선언한 뒤 복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2차 착륙 과정에서 무안국제공항 방위각시설 설치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며 기체가 폭발, 파손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후 비행교관과 조종사들은 공항의 방위각시설 설치 콘크리트 둔덕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7년간 무안공항을 이용해온 비행교관 A 씨는 "수년간 이착륙하면서 상공에서 둔덕을 육안으로만 확인했을 뿐, 단순 흙더미인 줄 알았지 그것이 콘크리트 재질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다.
그는 "높이 2m에 두께 4m에 달하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공항 차트 등에 기재돼 있지 않았고 관련 안내를 받은 적도 없다"며 조종사들 사이에서 둔덕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종사들은 ATIS(항공 기술 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조류 활동에 대한 정보를 항상 확인하지만 큰 새들의 경우 조종사들이 직접 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작은 새는 소형 비행기를 피하는 경우가 많지만 독수리나 매 같은 큰 새는 겁을 내지 않아 조종사가 직접 회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체 크기가 큰 사고 항공기의 경우 조류 충돌에 대처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종사들과 관계자들은 무안공항이 훈련용 공항으로서도 매우 바쁜 환경이라고 증언했다.
국내에서 비행 훈련이 가능한 공항이 적어 중원대, 교통대, 초당대 등 항공학과를 보유한 여러 대학의 훈련 비행이 무안공항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공항이 한적하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관제사들이 매우 바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민간 조종사 역시 "교육생들과 숙련된 조종사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관제사들의 업무 부담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