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이래...” “아빠는 해야 돼” 유가족 대표와 딸의 통화 녹취

2025-01-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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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사실 유포에 고통 받는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하루아침에 소중한 사람과 헤어진 유가족이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일 MBC는 박한신 씨 사연을 보도했다.

박 씨는 이번 사고로 친동생을 잃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며 유족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다.

유족협의회는 희생자 신원 확인, 장례 절차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정부 및 제주항공 측과 협의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구성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와 관련해 유가족성명서를 읽던 도중 울음을 참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와 관련해 유가족성명서를 읽던 도중 울음을 참고 있다. / 뉴스1

그런데 도를 넘은 유가족 모욕과 악성 댓글, 허위 사실이 퍼지자 박 씨 가족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

MBC는 박 씨가 딸과 지난해 12월 31일 통화한 녹취 일부를 공개했다.

유튜브 'MBCNEWS'

딸은 "아빠 꼭 그거 해야 돼? 대표?"라고 물었다. 박 씨가 "왜. 악성댓글 많이 달렸냐?"라고 하자, 딸은 "안 하면 안 돼?"라고 말했다.

박 씨가 딸을 달래며 "왜. 뭐라고 나왔어?"라고 재차 묻자, 딸은 "응. 막...사기꾼이라 그러고..."라면서 울컥한 듯 했다.

분향소에서 눈물을 흘리는 박한신 씨 / 뉴스1
분향소에서 눈물을 흘리는 박한신 씨 / 뉴스1

박 씨가 "울지 말고 얘기해"라고 했지만 딸은 "너무 마음이 아파"라며 힘들어했다.

박 씨는 "그놈들이 뭐라해도 아빠는 아빠 친동생이잖아. 내 동생이 하늘나라 갔는데 내 동생 때문에 신경쓰는거지. 내가 그런 놈들 악성댓글 때문에 내 동생 가는 길을‥ 할 수 있는 만큼은 아빠가 할거야, 힘들어도. 아빠가 그런 사고를 당했어도 OO(박 씨 동생)도 이렇게 똑같이 했어‥"라고 말했다.

이어 "울지마 딸. 놔둬. 아빠가 여기서 무너지면 내 동생 못 본다. 왜 울어. 근데 아빠는 해야 돼. 내 동생 마지막 가는 길이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 돼. 힘들어도 해야 돼. 아빠는‥ 딸 울지마라"라고 했다.

박 씨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퍼트린 이들은 "박 씨 동생 이름이 OO인데 그 이름이 탑승자 명단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MBCNEWS'
유튜브 'MBCNEWS'

하지만 명백히 허위다. 급기야 박 씨의 딸은 숨진 작은 아버지 실명까지 밝혔다.

박 씨의 딸은 "아버지 또한 잘못될까 너무 무섭고 걱정된다"며 허위사실 유포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박 씨 딸이 공개한 명단 일부와 그의 작은아버지 실명 / 유튜브 'MBCNEWS'
박 씨 딸이 공개한 명단 일부와 그의 작은아버지 실명 / 유튜브 'MBCNEWS'

한편 제주항공 참사 발생 닷새째인 2일 희생자 첫 발인이 치러졌다.

이날 오전 광주 한 장례식장에서 A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사망자 179명 중 A씨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수습돼 지난달 30일부터 유가족들이 장례를 치렀다.

이날 오후에는 고향을 방문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던 중 사고를 당한 태국인 희생자 B(45)씨의 발인이 치러질 예정이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