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가능성…" 생존 승무원 상태 분석한 의사
2025-01-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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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에서 생존한 승무원
안전벨트의 양면성: 생존과 부상 사이
의사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 생존한 승무원들의 상태를 자세히 분석했다.
사고에서 생존한 남성 승무원은 이대서울병원에 있고, 여성 승무원은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남성 승무원 주치의는 언론 브리핑에서 "환자는 현재 흉추 2군데, 좌측 견갑골 1군데, 좌측 늑골 2군데 등 총 5군데에서 골절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12월 30일 한양대구리병원 정형외과 박예수 교수는 머니투데이에 "흉추가 골절돼 신경이 손상당하면 흉추 밑쪽으로 마비된다"며 "양팔은 움직일 수 있지만 양다리가 마비(하반신 마비)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처음에 골절상 입은 직후 손발 감각이 없다면 이를 '스파이널(척수) 쇼크(spinal shock)'라고 하는데, 이 경우 빠르면 24시간 이내, 길어도 72시간 이내에 완전·불완전 마비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며 "경추 골절로 신경을 다쳐 완전마비(경추 이하 전신마비)가 왔다면 수술해도 회복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비행기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다 착용하고 있더라도 강한 충격을 받을 때 벨트 부위는 고정돼있지만 목과 머리는 고정되지 않아 앞뒤로 크게 흔들릴 때 경추 골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남성 승무원의 주치의도 "전신마비 등 후유증 가능성이 있어 집중 관리 중"이라며 "최소 2주 정도는 입원해야 할 것 같다. 골절 완치까지는 최소 수 주가 걸릴 것 같다"고 했었다.
가천대 길병원 외상센터 이길재 교수는 "이번 사고에서 보면 비행기가 담벼락에 부딪혔을 때, 또는 비행기가 폭발하면서 물체에 사람이 부딪히거나 사람이 앉은 자세에서 땅에 떨어지면서 가해졌을 충격이 가장 컸을 것"이라며 "이럴 때 탑승객 상당수가 골절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기내 안전벨트가 생존자의 목숨은 살렸겠지만 안전벨트의 고정 방식이 골절 부위와 관련있다고 주목했다. 기내 승객용 안전벨트는 2점식(허리 양쪽 2개 지점에서 고정), 승무원용 안전벨트는 3점식(허리 양쪽 2개 지점+가슴 한쪽 1개 지점) 또는 4점식(허리 양쪽 2개 지점+가슴 양쪽 2개 지점)이다.
이 교수는 "비행기가 사고로 강한 충격을 받으면 2점식은 요추 골절과 복강경 장기 파열을 일으킬 수 있고, 3·4점식은 요추는 물론 흉추·견갑골·늑골까지 골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러 보도에 따르면 생존 승무원들은 사고 이후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나요" "승객들을 구조해야 하는데"라며 타인을 먼저 걱정했던 걸로 드러났다.